"올 설은 혼자 보내게 됐네요. 앞 뒤로 촬영 스케줄이 딱 겹쳤거든요. 요즘 명절용 편의점 도시락 되게 잘 나오던데. 뭐 그래도 외롭겠죠? 하하."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민족 대명절? 다양한 사유로 홀로 보내야 하는 이들 역시 꽤 많은 날이다. 배우 지승현(38)도 올해는 혼자다. 연휴기간 사전에 결정된 영화 촬영 스케줄로 인해 현재 부산에 거주 중인 가족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됐다. "영상 통화로나마 아쉬움을 달래야죠. 그래도 곧 촬영이 끝나니까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에요."
명절에 함께 하지 못해도 지승현은 팔불출 남편, 딸바보 아빠로 유명하다. 바빠진 스케줄 속에서도 2주에 한번은 꼭 부산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올해 7살 된 딸과 카페에서 유자차와 커피를 시켜둔 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다정한 아빠다. "하루에 영상통화를 거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네번에 두번 정도 성공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저보다 더 바쁘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애정 만큼이나 작품과 배우로서의 욕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영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에 한창인 지승현은 명절이 끝나자마자 생애 첫 주연 영화 '퍼즐(임진승 감독)'을 선보인다. 수위높은 잔혹 스릴러지만 성장과 재발견의 발판이 되기엔 충분하다. "그동안 비중이 크든 작든 여러 영화에 출연했는데 부모님을 VIP시사회에 초대한건 처음이에요. 가족 영화라고 하기엔 난해 하지만(웃음) 그래도 명절 전 작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퍼즐'을 시작으로 '이웃사촌', '검객(최재훈 감독)', '사바하(장재현 감독)' 그리고 '태양의 후예' 이후 한번 더 김은숙 작가의 부름을 받은 '미스터 션샤인'까지 올 한해 선보일 예정작만 네 편이다. "더 열심히 달려야죠. 존재감이 빛날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 민족 대명절 설이다. 가족들과 보내나. "아쉽게도 설 연휴 첫날과 마지막날 촬영 스케줄이 잡혀 서울에서 혼자 보내야 할 것 같다. 시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울 때 찾아가 인사드릴 생각이다."
- 혼자 있는 것인가. "그렇다. 와이프와 아이들은 부산에 살고 있다. 원래는 내가 부산에 내려가서 같이 이동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영화 '이웃사촌' 촬영이 다음 주면 끝난다. 쉬는 텀이 있을 것 같아서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웃음)"
- 특별한 계획은 없나.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이번 설은 혼자 굉장히 외롭게 보내지 않을까 싶다. 편의점 도시락과 함께. 요즘 굉장히 잘 나오던데. 하하" - 명절 때 촬영 일정이 겹친 적이 많았나.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근데 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보니까 평소에 자주 부모님을 찾아 뵈려고 한다. 무엇보다 손주들을 너무 좋아 하시니까. 효도하는 최고의 길이라 생각한다. 어떤 무기도 필요 없더라. 아이들 착 안겨 드리면 끝이다."
- 부산에는 얼마나 자주 가나. "평균 2주에 한번? 한달에 두번 정도는 웬만하면 가려고 한다. 첫째가 벌써 7살이 됐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아빠가 뭘 하는 사람인지 슬슬 알아채고 있다. 특히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할 땐 딸이 더 좋아했다. 지나가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아내에게 '엄마, 아까 어떤 사람이 아빠 알아봤다?'라면서 슬쩍 자랑한다. 귀여워 죽겠다." - 딸바보로 유명하다. "딸이 TV에 나오는 나를 보면서 화면에 뽀뽀하는 사진이 내 SNS 프로필 사진이었다. 이런 맛에 일하는 것 같다. 너무 예쁘지 않은가."
- 스스로 어떤 남편, 어떤 아빠라 생각하나. "글쎄. 그냥 평범한 것 같다. 집안일도 육아도 남들 하는 것처첨 평범하게. 혼자 자취를 오래해서 집안일도 어렵지는 않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친구처럼 잘 놀아주는 편이다. 같이 카페에 가서 아이는 유자차 시켜주고 난 커피 마시면서 대화도 나눈다. '요즘 유치원은 어떠니?' 뭐 이런?(웃음) 놀이터 가서 뛰어 놀고 자전거 타는 것 도와주고. 조금 멀리 있는 평범한 아빠다."
- 기러기 아빠의 고충이 있을텐데. "그래서 곧 개봉하는 영화 '퍼즐' 속 캐릭터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닮은 구석이 있다. 담배를 참는 것도 그렇고. 굉장히 참으면서 안 피우고 있다. 보고싶은 마음은 매일 영상통화로 달랜다. 통화하는 시간이 있다. 아이 유치원 가기 전 아침 밥 먹을 때, 낮 3시 반쯤, 오후 6시 쯤, 그리고 자기 전에 한번 더. 다 같이 통화를 하려면 시간이 그렇게 되더라. 근데 네번 시도하면 두번 정도 받는다. 받아도 옆모습만 보여주면서 '나 지금 뭐하고 있잖아~ 안녕!' 하고 끊는다. 섭섭할 때도 있는데 그게 또 성장하는 모습이니까. 아이들이 할일이 아주 많아졌더라.(웃음)"
- 가정적인 아빠 역할을 맡으면 연기 안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겠다. "'퍼즐'에서 뱃속 아기에게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실제 아내가 임신했을 때 했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이다. '안 낳아 봤으면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경험이 있으면 연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