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끝판왕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까, 아니면 '최상의 조건을 갖춘 올림픽'이 될까.
개막을 앞둔 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여러 가지 화제가 무성하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가 조직적 도핑 스캔들로 인해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아 한동안 떠들썩했고, 새해에는 북한의 참가가 갑작스레 결정돼 안팎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개막을 앞두고 각국 선수단과 관계자, 취재진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 지난 1월 말부터는 또 다른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바로 '체감온도 영하 30도를 방불케 한다'는 평창의 무서운 추위다.
연합뉴스
시작부터 주춤? 평창 추위에 개회식 썰렁할까 걱정
강원도 평창군 일대는 한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전체 면적의 60%가 해발고도 700m를 넘어 평균기온이 낮은 편인 데다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칼바람이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최근 10년간 평창의 2월 기온은 영하 4.5도 정도로 그리 추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평균기온 영하 7도에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9일에 열리는 개회식은 지붕이 없는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추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개회식 당일 평창의 기온은 영하 5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다.
추위 문제는 평창겨울올림픽의 흥행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릉에서 만난 한 시민은 "개회식을 꼭 보고 싶어서 티켓을 샀는데 추위 때문에 주변에 양도할까 고민 중"이라며 걱정을 금치 못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방한용품 6종 세트'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개회식 티켓 판매량은 여전히 저조하다. 그나마 팔린 티켓도 추위 때문에 '노쇼'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도 평창의 추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주간지인 타임은 "평창겨울올림픽은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가장 춥다고 여겨졌던 1994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만큼이나 추운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으로 꼽히는 릴레함메르 대회는 평균기온이 영하 11도였다.
"역대 가장 추운 날씨" vs "경기를 하기에 딱 좋아"
평창의 추위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전망할까. 강릉에서 만난 각국 취재진과 선수단 관계자들의 얘기가 조금씩 엇갈렸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 운영 인력으로 평창에 파견된 이안 존스는 "30여 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일곱 번의 겨울올림픽을 취재했는데 이번이 가장 추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기온이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욱 낮게 느껴져 고통스럽다는 설명이다. 존스는 "소치 날씨와 평창 날씨를 섞어 반으로 나누면 완벽할 듯하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반면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홍보기획부 야나기야 나오야 부장은 "평창보다 더 추운 대회는 얼마든지 있었다"며 '추위 문제'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겨울올림픽부터 2018 평창겨울올림픽까지 5번의 겨울올림픽을 경험했다는 그는 "1994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도 무척 추웠고, 내가 갔던 2002 솔트레이크시티겨울올림픽도 해발고도가 높아 밤이 되면 특히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평창의 추위가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선수들이 7일 열린 입촌식에 추위 때문에 불참했다는 보도에 대해 묻자 "컨디션 관리 문제와 훈련 스케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반드시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릉보다 추운 평창에서 지내고 있는 설상 종목 선수들은 "이런 추위는 처음 겪어 본다"면서도 "경기를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라는 반응이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악재를 겪었던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과 2014 소치겨울올림픽을 생각하면 차라리 추운 게 낫다는 얘기다. 야나기야 부장 역시 "평창 추위 얘기가 나오는 건 앞선 밴쿠버, 소치 두 대회가 너무 따뜻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