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애쉬비가 '성장'을 키워드로 새 앨범을 낸다. 4년만에 내는 솔로앨범을 통해 작사 작곡은 물론 디자인까지 프로듀싱 전반에 걸쳐 자신의 역량을 쏟았다. 애쉬비는 "앨범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했다.
5일 오후 6시 공개되는 애쉬비 새 미니앨범 '에브리씽'(Eveything)은 진정성 있는 메세지를 담아 구슬픈 감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힘을 빼고 담담하게 마음을 날카롭게 저미는 랩을 구사했다. 랩과 보컬의 비중을 균형있게 정리해 여성의 심리를 생생하게 그려낸 노랫말 또한 독특하다. 타이틀곡 '차단했어(BLOCKED)'는 과거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그를 차단하고 싶다는 주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힙합곡이다. 중독성 있는 훅의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며 몽환적인 보컬 Cherry Coke이 피처링 참여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808 베이스, 레챗 장르 등 알앤비 힙합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애쉬비 만의 음악색을 담은 총 5곡이 수록됐다.
사실 애쉬비의 도전은 래퍼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3년 가구디자인을 주업으로 하면서 부업으로 랩을 할 때에도, 2014년 본격적인 힙합의 길로 들어섰을 때도,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2'와 2016년 '쇼미더머니5'·'언프리티 랩스타3'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에도 매년 도전의 연속이었다. 애쉬비는 "원래 나는 노력형 인간이다. 내가 뭐든 열심히 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 사람이라 이번 앨범이 딱 나오고 처음 든 생각은 뿌듯했다. '음악 잘 만드는구나, 몰랐는데 좋다' 이런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력이 독특하다. "래퍼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전공이 가구디자인이라서 국내 좋은 회사에 들어가 근무했다. 오전에 디자인하고 퇴근 후엔 랩을 했는데 둘다 이도저도 아니게 된 기분이었다. 결국 1년만에 때려치고 래퍼의 길을 택했다."
-언제부터 힙합을 좋아했나. "중2 때 친언니 아이리버 전자사전에 들어있던 노래로 힙합 장르를 처음 접했다. 유튜브로 다이나믹 듀오 공연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막연하게 이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은 당연히 힙합을 싫어하셨고,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아셨다. 직장 그만 뒀을 때 정말 많이 혼났다."
-어떻게 주변의 시선을 바꿨는가. "2014년에 첫 앨범을 내고 설득을 했다. 오디션을 통해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언프리티 랩스타2'에 지원했다. 시즌2는 정말 패기 가득한 어린 마음으로 나갔다. 굉장히 빨리 떨어졌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잘하는데 왜?'이런 생각이 우선이었다. '쇼미더머니5'도 경험하고 '언프리티 랩스타3'도 경험하면서 내가 부족했구나 싶었다. 시즌2 탈락하고선 상심이 컸는데 다음 오디션에서는 철이 들었는지 마음 정리도 빨리 되더라(웃음)."
-시즌2와 시즌3을 비교해보면. "시즌2는 내가 지원했지만 시즌3은 제작진 연락을 받아 중간 투입 됐다. 중간투입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는데, 뭔가 화기애애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시즌2의 분위기가 훨씬 셌다. 많은 분들을 겪지 못했지만 시즌2가 더 살벌했다."
-여성 래퍼들은 기가 셀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게 보느 분들도 있지만 사실 만나보면 힙합 하는 사람들 중에 착한 사람이 많다. 또 의외로 집순이가 많다. 작업하는데 오래 걸리니까 노는 건 정말 잠깐 뿐이다. 나도 술을 잘 못마시고 칵테일 한 잔만 마셔도 취한다. 집에서 티비보고 피자시켜먹는 집순이다. 내가 하는 파티라고는 친구 불러서 초대하는 파자마파티다."
-오디션 이후 긴 공백기는 어떻게 보냈나. "쉬면서 놀기도 하고 작업도 했다. 슬럼프도 겪었다. 아직도 어떻게 슬럼프를 이겨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무산된 적도 있고, 내가 작업을 빨리 해야 앨범이 나오는 거니까 점점 공백기도 길어졌다. 완벽한 사람은 아니라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은 내놓아야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힘이 되준 친구가 있다면. "자이언트 핑크 언니랑 일본여행 다녀왔다. 먹으러 갔다. 돈키호테가서 캐리어에 잔뜩 사왔다. 자이언트 핑크 언니랑 진짜 잘 맞는다. 서로 의지한다. 음악도 만들면 서로 피드백 주고 받는 사이다."
-이번 앨범 피드백은 어땠나. "친구들한테도 들려주고 의견을 받긴 했지만, 사실상 다 내 결정이었다. 결국엔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찾더라. 자랑은 아닌데 이번 앨범 잘 뽑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듣고 싶은 반응이 있나. "힙합LE같은 힙합커뮤니티를 종종 보는데 '애쉬비 음악 잘 만드는구나'라는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래 좋으면 '노래 좋다' 정도로만 표현하지 않나. 뭐가 어떻고 저렇고 하는 것 보다 딱 '좋네' 한 마디가 가장 기분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