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박해수(김제혁)는 왼손 투수로 활약하다가 부상을 입고 우완 투수가 된다. 메이저리그 입단을 눈앞에 뒀다가 여동생 임화영(김제희)이 성폭행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범인을 잡다가 정당방위 과잉 폭행으로 교도소로 향한다.
사고만 치지 않았다면 그의 앞날은 요즘 말로 '꽃길'이 펼쳐졌을 법했다. 극 중 세이브왕과 방어율왕을 석권하는 만화 같은 스펙(실제로는 구원투수의 방어율 1위는 규정 이닝 미달로 불가), 4년 연속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난다. 그야말로 '특급' 투수다. 실제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4회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은 사람은 손꼽힐 정도. 선동열이 투수 중에는 최다 수상인 6회다. 롯데 손아섭이 올해 골든글러브를 받으며 4회 연속 수상자가 됐다. 김제혁은 빨간 줄이 그어지긴 했지만, 대중이 동정심을 갖고 간절히 응원하는 슈퍼스타다.
4년 전 방송된 '응답하라 1994'에도 특급 투수가 등장했다. 유연석(칠봉이)은 극 중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스포츠 스타. 퍼펙트한 피지컬과 외모만큼이나 실력도 완벽했다. 데뷔 첫해에 18승을 기록하고 센트럴리그 신인상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일본 센트럴리그서 18승을 기록한 사람은 없다.
실제와 조금 다르지만 두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닮은 야구선수를 떠오르게 한다. 박해수는 한국 프로야구 특급 마무리 투수 중 하나였던 구대성을 떠올리게 한다. 크게 발달한 상체 근육은 물론, 주위의 반응과 사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무뚝뚝한 성격이 매우 닮았다.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김병현이 떠오른다는 시청자도 상당하다. 김병현 역시 '시크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사진=구대성(왼)과 故 조성민(오)]
[사진=구대성(왼)과 故 조성민(오)]
유연석은 고(故) 조성민이 떠오른다. 조성민은 대학교 4학년 때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고 빠른공과 수려한 외모로 또래 야구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야구에 집착할까. 두 사람은 소문난 야구광이다. 첫 드라마 연출작인 '응답하라 1997'을 제외하곤 방송 시기가 겨울이다. 사전 조사를 끝낸 뒤 야구 비시즌에 제작 박차를 가한다는 뜻이다. 성동일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모두 야구 코치로 나온다. 실제 신 PD의 지인이 야구 코치라 이 같은 캐릭터를 설정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야구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다. 신 PD는 야구를 주제로 하진 않았지만 극 설정에 알맞은 소재로 사용하며 흥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또 실제 구단 명을 사용해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전작들을 살펴보며 비교하는 것도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보는 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