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이 잦아지는 연말이다. 송년회, 회식, 데이트 등 모임이 연달아 있다 보니 모두가 만족할 만한 메뉴를 고르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삼겹살, 치킨부터 피자, 파스타까지 다양한 외식메뉴가 존재하지만 겨울에는 역시 회가 최고다.
겨울 생선은 차디 찬 바다 속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살과 기름이 적당히 차올라 맛은 물론 영양 면에서도 으뜸이다. 정갈하게 나오는 모둠회 한 접시와 꽁꽁 언 몸을 녹여줄 따끈한 매운탕을 시키면 푸짐한 한상 차림이 완성된다. 제 아무리 겨울철 인기 메뉴라고 해도 질 낮은 회를 골랐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횟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도다. 회는 재료 본연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회를 초장맛으로만 먹는 하수가 아니라면 싱싱한 생선을 고르는 것이 첫째다. 수조에 오래 머문 생선은 힘이 없다. 뜰채로 떴을 때는 물론 바닥에 떨어져서까지 힘차게 파닥거리는 생선이라면 무조건 합격이다. 눈알을 감싼 막에 변질이 생겨 뿌연 빛을 띤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겨울 바다의 왕으로 불리는 방어는 눈알과 아가미가 탱탱하고 붉은색을 띠는 것이 싱싱한 것이다.자연산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꼬리지느러미를 보면 된다. 자연산 방어는 양식에 비해 꼬리지느러미가 날카롭다.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색이 옅은 양식과 달리 머리에서 꼬리까지 황색 띠가 선명하게 이어졌다.
방어는 클수록 맛이 좋다. 연말모임 메뉴로 대방어 모둠회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1m가 훌쩍 넘는 대방어는 거대한 크기만큼 부위별로 색다른 맛을 자랑한다. 척추 부근의 사잇살(속살)과 내장을 감싼 대뱃살은 오직 대방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부위다.
이 대표는 방어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숙성 모둠회를 주문하라고 추천한다. 방어는 신선도 못지 않게 숙성도도 중요하다. 방어회는 활어보다 선어로 먹을 때 쫄깃한 식감과 풍미가 배가 된다.
방어가 기름지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면 광어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가 없고 대량 양식이 가능해진 덕분에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게 되면서 국민횟감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산 광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9월부터 12월까지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자연산이라고 무조건 양식보다 맛이 월등한 것은 아니다. 광어 역시 방어처럼 클수록 지방층이 두터워져 씹을수록 고소하고 차진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지느러미는 가장 고소하고 식감이 좋다. 흠이라면 양이 가장 적은 부위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광어는 가운데를 먼저 가르면 지느러미 부분이 뼈에 붙는 경우가 많아 회로 먹을 수 있는 양이 적다”며 “맛있는 부위를 넉넉하게 맛보고 싶다면 베테랑 경력자가 운영하는 맛집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선한 연어는 일단 비늘이 제대로 붙어있다. 생선살은 밝은 주황색을, 아가미는 밝은 적색을 띤다.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야 연어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살이 반동으로 다시 올라오는 것이 선택해야 한다. 포장돼 있는 연어를 구입해야 한다면 색이 선명하고 물이 안 나와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이 대표는 “A급 생선만 공수해오는 맛집이라도 위생관리가 소홀하면 생선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회를 뜨는 방식이나 숙성하는 방식에 따라서도맛이 크게 달라진다”며 “횟감을 고를 때는 재료의 신선도 못지 않게 판매자의 위생 관리와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