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국 충칭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정의선(앞줄 왼쪽)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야구장에 이어 중국 공장까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재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잦은 만남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월 미국 방문에 이어 이달 중국 방문까지 연속으로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면서 문 대통령과의 스킨십을 넓히는 동시에 친밀감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중국 사드 보복 돌파구 마련' 등 현대차그룹의 현안 해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구치소에 수감돼 아직까지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문재인 효과' 톡톡히 누린 정의선 부회장 17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마지막 일정으로 충칭 중경시 양강신구에 위치한 현대차 제5공장을 방문을 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현대차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중국 직원이 "문재인 대통령님의 충칭공장 방문을 대단히 환영합니다. 중국인이 만족하는 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이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경현대 화이팅, 한 번 할까요"라고 좌중에게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좌중과 함께 '북경현대 화이팅'을 외쳤다.
비록 해외에 있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대기업 생산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의 한 포럼에서는 정 부회장에게 "중국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대통령님 방문에 직원들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정 부회장은 전동차에 나란히 앉기도 했다.
문 대통령 가장 자주 만난 CEO 문 대통령과 정 부회장의 만남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때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시구자로 나섰을 때도 기아타이거즈 구단주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대신해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또 9월 기업인과의 대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 만찬에도 초대됐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많이 만난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과 정 부회장의 잦은 만남이 현대차그룹의 현안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수혜를 입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첫 순방국이었던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동차 관련 협력을 당부한 데 이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현대차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의 투자 특혜계약이 내년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며 "현대차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을 이용할 수 있게 통관 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 등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개별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며 관심을 당부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치소에 갇힌 이재용 부회장 반면 재계 1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순방은 개별기업의 CEO들이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도 윤부근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만 신 회장은 재판부의 배려로 지난 9월 '문 대통령 기업인들과 대화'에는 참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