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베이스캠프를 선정하는 데 실패한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브라질월드컵 당시에 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를 거쳐 브라질 남부 포스 두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 결정은 악수가 됐다. 대표팀은 30도가 넘는 고온·다습한 브라질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마이애미를 사전 캠프로 선정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서 대표팀은 기습적인 폭우로 훈련 일정을 자주 취소하는 등 제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골키퍼 이범영(강원 FC) 등 일부 선수들은 감기 증세를 보였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다른 팀에는 없는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구아수도 베이스캠프로 적합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브라질은 월드컵 개최 도시 간의 기온편차가 크게는 10도까지 차이가 났다. 포르투알레그리와 상파울루는 섭씨 10도 안팎까지 내려간 반면 쿠이아바는 섭씨 31도까지 치솟았다. 강우가 잦은 이구아수는 오히려 선수들의 컨디션을 망쳤다는 지적이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번 베이스캠프 선정을 앞두고 월드컵 조직위원회로부터 받은 베이스캠프 후보지 70여 곳 중 추려 낸 10곳의 최근 5년간 기온을 검토했다.
그렇게 선정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평균 최저~최저기온이 12~20도로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 니즈니노브고로드(스웨덴전·12~24도)·로스토프(멕시코전·16~27도)·카잔(독일전·13~24도)과 흡사하다. 강수량도 월평균 38.6mm로 경기를 로스토프(28.8mm)·카잔(30.5mm)과 큰 차이가 없다. 니즈니노브고로드(52.1mm)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모스크바에 비하면 조건이 좋다는 분석이다.
유일한 단점은 백야 현상. 월드컵 기간 평균 일몰 시간이 오후 11시24분이라는 점이다. 경기를 치르는 3곳은 오후 9시30분 전후로 해가 진다.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오후 11시는 선수들이 취침하는 시간이므로 일몰 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이구아수를 베이스캠프로 선택한 것은 실패"라면서 "이번엔 철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선정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