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신사옥에 새집증후군이 일자 기존 을지 사옥으로 '복귀'를 결정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대처가 주목받고 있다.
아모레는 11월 19일을 끝으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를 떠나 용산구 신사옥 시대를 열 예정이었다. 신사옥은 공사비만 5094억원이 투입된 최신식 건물로 건축 당시부터 압도적인 규모와 시설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 1차로 이전한 일부 직원들이 '눈이 맵다' '코가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상에 올렸고, 용산 신사옥은 이주 첫날부터 새집증후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아모레는 신사옥 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집증후군 예방과 공기 질 관리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아모레는 불충분했던 '베이크드 아웃(실내 온도를 높여서 건물 내 유해물질을 배출한 뒤 공기 순환을 반복하는 작업)'을 위해 이미 신사옥에 들어온 직원들을 을지 사옥으로 돌려보냈다.
또 건강이 좋지 않은 사우들에게는 병원 무료 진료와 유급 휴가를 허락했고, 업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팀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거나 근처 카페 내 스터디룸을 빌려 근무하도록 했다. 이 모든 결정이 이전 이틀 만인 22일에 이뤄졌다.
국내 뷰티 업계는 아모레의 빠른 대처에 대해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모레가 자랑거리였던 신사옥 시대를 다소 서둘러 열려고 하다가 이번 논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뒷수습을 하는 과정이 상당히 빠르고 '쿨했다'"고 평했다.
서 회장의 결단력을 높이 사기도 했다. 또 다른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오너경영을 하고 있는 아모레의 사풍과 서 회장 특유의 결정력이 돋보인다"며 "서 회장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을지 사옥 복귀 등 다른 수습들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4일 직원 중 상당수를 신사옥으로 보낸 아모레는 공기 정화 작업이 완성되는 대로 을지 사옥에 남은 일부 직원까지 완전히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