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70) 총재 추천자는 야구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야구를 총지휘하는 KBO 수장으로 마음속에 두고 있는 프로야구의 밑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중 재학 시절 야구부 생활을 한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총리직에서 사퇴한 이후에도 이따금씩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야구 규칙도 전문가 못지않게 꿰뚫고 있을 만큼 야구 지식이 해박했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과거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KBO 리그의 발전을 위해 소신 있는 자신의 철학과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런저런 미디어 인터뷰에서 그의 한국 야구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설계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한국 야구는 최근 몇 년간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아직도 각 구단은 모 그룹의 지원에 기댈 만큼 자생력이 없다. 정 총재 추천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동반 성장'이 프로야구에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팀들이 재벌 이름을 앞세우고 하지 않나"라며 "하루빨리 수익 개념을 확립해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 지원을 강조했다. "특히 시민들이 야구를 즐기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면 저렴한 비용에 구장을 장기 임대해 주는 등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FA 몸값 상승과 선수 간 연봉 격차에 대해선 프로야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각 구단이 퓨처스리그 운영을 건실히 하고 좋은 선수를 많이 길러 고액 연봉 선수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700만원으로, 최고 연봉은 올해 초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롯데 이대호의 25억원이다.
정 총재 추천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야구 저변이 좁다. 2군을 제대로 운영하면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3군이 생길 것이다"라며 "야구 관계자들이 인식을 바꾸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야구팬 입장에서 동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토대를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의미다.
아시아 야구의 연대에 대한 구상 또한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과거 신문 기고를 통해 "동북아리그를 만들어 아시아에서 시장을 넓히면 선수 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돔구장 건설에 대해선 "인기 없는 발언일지 모르지만 반대한다. 야구는 '들야(野)' 자 야구다. 야외에서 해야 야구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구장은 응원이 너무 시끄럽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개선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소신 발언을 한 적 있다.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 17분. KBO 리그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평균 3시간대를 넘어선 메이저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정 총재 추천자는 이에 대해 "집사람하고 야구장을 자주 가는데 어느 순간 ‘시간이 너무 길다’며 같이 안 가겠다고 하더라"고 경험담을 소개하며 "여성 관중을 위해서라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구를 정치와 비교하는 건 야구에 수치"라는 정 총재 추천자는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페어(Fair·공정한) 정신'을 꼽는다. KBO 리그는 최근 심판 금품 수수와 불법 도박, 승부 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가 KBO 리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 내고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들까지 어떻게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낼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