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발 홈쇼핑 로비 의혹이 롯데홈쇼핑에 이어 GS홈쇼핑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전 전 수석의 뇌물 의혹 수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수사 선상에 오른 GS홈쇼핑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28일 GS홈쇼핑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각종 전산 자료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GS홈쇼핑도 롯데홈쇼핑처럼 전 전 수석이 회장과 명예 회장을 지낸 한국e스포츠협회에 억대 후원금을 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가성 여부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GS홈쇼핑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성실히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 전 수석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2015년 당시 명예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 등의 후원금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 3억3000만원 중에 1억1000만원을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식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제공한 500만원대 무기명 선불카드를 가족이 쓰게 하고 제주의 롯데 고급 리조트에서 공짜로 숙박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당시 전 전 수석이 홈쇼핑 사업권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로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재승인 문제를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은 GS홈쇼핑 외에도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낸 또 다른 홈쇼핑에 대해서도 후원금을 낸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홈앤쇼핑은 2014년 3월 한국e스포츠협회에 홍보비 명목으로 2700만원을 후원했다. 이 시기는 전 전 수석이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은 지 1년이 넘은 시점이다.
홈쇼핑 업계 전반으로 의혹이 퍼지자, 업계 관계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홈쇼핑 재승인은 후원과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이 합리적인 유통 채널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연루돼 안타깝다"며 "무조건적인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후원금 규모와 시기를 고려한 객관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여 불똥 튈라' 숨죽인 대기업들… 후원 활동 위축 우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홈쇼핑 업계를 넘어 한국e스포츠협회를 후원해 온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검찰의 수사 선상에는 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대형 이동통신사와 항공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이나 e스포츠 자체의 위축이 초래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협회와 후원사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은 e스포츠"라며 "이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각종 규제로 인해 게임 산업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의 수사 확대 움직임으로 인해 대기업의 스포츠·예술 단체 후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스포츠 협회나 예술 단체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거나 제공했다가 자칫 '청탁'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의 대기업 압박과 최순실 사태 후유증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후원 활동이 잔뜩 위축돼 있다"며 "각종 스포츠·예술 행사의 경우 자체 투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기업들의 마케팅 예산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사태로 기업 후원 활동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