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6일 오전 "내부 FA 손아섭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98억 원에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손아섭은 계약 뒤 "다른 팀에서 뛸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꿈보다 우리 팀의 우승이라는 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태해지지 않겠다"며 새 출발을 하는 소감을 전했다.
롯데도 한숨을 돌렸다. 구단의 스토브리그 행보를 향해 회의적인 시선이 짙었다. 강민호(삼성)와의 재계약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롯데는 지난 21일 오후 "강민호와의 협상에 실패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내 그의 삼성행이 발표됐다. 선수는 같은 몸값(4년 80억 원)을 제시받고도 다른 선택을 했다. '이면 계약'에 대한 의심도 있었지만 롯데의 협상 결과 자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다.
강민호의 계약이 발표된 날, 손아섭도 하루 종일 포탈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자리했다. '그마저 이적하는 게 아니냐'는 롯데팬의 우려, 다른 구단 팬의 관심이 반영됐다. 당시 롯데 구단과 손아섭 측은 "이견을 좁히고 있다"고 했다.
닷새 만에 명분을 지키는 계약이 성사됐다. 롯데는 대어급 내부 FA를 지켜내며 비난 여론을 만회했다. 강민호는 떠났지만 전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손아섭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뒤 첫 협상에서 자신을 리그 정상급 선수로 키워준 팀을 향한 의리를 지켰다.
롯데는 지난 25일 베테랑 선수 일부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동안 팀에 헌신한 선수를 내친 탓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팀의 리빌딩 의지를 드러낸 덕분에 좋은 여론도 생겨났다. 아직 최준석, 이우민 등 내부 FA 계약이 남아 있고, 외인 선수 구성도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