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는 올해로 데뷔 18년 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 진출해 2000년대 초반을 휩쓴 청춘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모두 성공하며 '만능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장나라는 최근 KBS 2TV '고백부부'를 통해 '인생작'을 갱신했다. 어느날 갑자기 서른 여덟살에서 주부에서 스무살 대학생으로 '고백(GO BACK)'하게 된 마진주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스무살부터 서른 여덟살까지 폭 넓은 나이대를 연기하며 외모적으로 연기적으로 전혀 빈틈이 없었다. 그 결과 '고백부부'는 지난 18일 7.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매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엄마와 가족의 소중함과 대화의 중요성,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 등 숱한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장나라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장나라는 어느 때보다 '고백부부'의 종영을 아쉬워했다. 동료들과의 헤어짐도 속상해 했다. 맏언니로서 때로는 친구로서, 또 선배로서 후배들과 동료들을 아울렀다.
"데뷔 년수를 말하면 정말 대선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손)호준과도 세 살 밖에 차이 안 나요. 유난히 '고백부부' 출연자들이 예뻐요. 정말 큰 선물을 얻은 것 같아요."
- '고백부부'가 화제 속에 종영했다. 소감은.
"재밌고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다. 그 어느때보다 아쉽고, 끝나는 게 섭섭하다. 보시는 분들에게 많이 위로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 12부작은 처음이라 아쉽진 않았나.
"촬영을 더 이어갔다면 누구 하나 병원에 실려 갔을 거다.(웃음) 더 길게는 힘들었을 것 같다. 12부작이라는 길이 때문에 아쉬운 건 아니다. 보통 작품 끝나자 마자 현실로 빨리 돌아오는 편이라 아쉬워하지 않는데 유독 '고백부부' 종영 후에는 며칠 괴로웠다. 행복한 기억만 남았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선 12부작이 딱 좋았다."
- 감정을 빨리 털어내는 편인가.
"캐릭터의 모든 감정은 퇴근과 동시에 사라진다. 길게 가져 가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내 인생도 재미없는데 내 인생 대신 캐릭터의 감정을 길게 가져가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손호준과의 호흡은 어땠나.
"호준이가 알아서 잘했다. 초반엔 따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다. 첫회를 보기 전까지 호준이가 어떻게 연기하고 있는 지 몰랐다. 내가 촬영하는 신은 가라앉는 신이 많았는데, 그 외의 모든 부분을 호준이가 채웠더라. 첫회 끝나고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 손호준은 어떤 매력이 있던가.
"집중력이 좋다. 연기를 진지하게 대한다. 심지어 정색을 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본 배우들 중 가장 진지하다. 잘하고 싶어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때도 있다.(웃음)"
- '고백부부'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이런 열기를 체감하나.
"'위로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했다. 난 유부녀가 아니라 100% 마진주를 이해할 수 없다. 공감 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인데 위로가 됐다는 건 말도 못 할 성과다. 특히 남자 배우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
-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절절한 감정이 나왔을까.
"실제로 모르는 감정이 많아서 공감 안 되는 부분을 감독님께 많이 물어봤다. 감독님이 말로 설명을 많이 해줬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감독님이 세세하게 '이럴 때 여자는 이런 감정이라더라'라고 설명했다. 남자 감독님인데 사모님에게 많은 구박(?)을 받으신 것 같다.(웃음) 그리고 육아 게시판을 즐겨보기도 했다."
- '고백부부'를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하다.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 생각은 자꾸 바뀌기도 했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드라마에 대한 감상인 것 같다. 실제로는 신이 남자를 주시면 가고 안 주면 못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운명론자는 아닌데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깔끔하게 내려놨다.(웃음)"
- 진주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는데도 결혼이 하고 싶었나.
"딱히 비혼주의자가 아니다. 제 때 결혼을 하고 싶었고, 아이도 갖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그런데 때를 놓친 것 같다."
- 거의 매회 눈물을 쏟아냈다.
"너무 울었다. 중간엔 감기에 눈다래끼까지 걸려서 얼굴이 '찐빵'이 됐다. 내 얼굴을 보기 창피할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눈물 연기가 잘 살아서 다행이다. 대본의 이야기를 풀려면 눈물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더라. 진주는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이별을 하고 와야 하지 않나."
-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서 울었나.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라 평소엔 울지 않는다. 딱 두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특히 한 신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두고 온 아이를 그리워하면서 버스에서 아이 발바닥을 그리는 장면이다. 나도 나지만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 (장)기용의 감정도 완벽했다. 보통은 여자 주인공이 울고 있으면 다가오는데, 그 장면에선 모르는 척 인간적인 배려를 했다. 그런데 난 그 장면에서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져 있었고, 연기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감독님이 자기만 믿고 하라고 했는데 믿기 어려웠다. 그동안 믿으라는 말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혹시 몰라 한 번 지르고 방송을 봤는데 정말 믿을 만한 장면이 탄생했더라. 그래서 펑펑 울었다."
- 또 한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친구들과 바다로 여행을 가는 장면이 있다. 동생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처럼 마냥 반짝반짝 빛나더라. 찍을 때 '이런 예쁜 친구들을 두고 어떻게 다시 현실로 돌아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그 모습이 아른아른 거린다."
-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아직도 동생들의 모습이 아른아른 거린다. 지금도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매일 대화를 나누는데도 보름·설이·반도·남길·재우·독재 다 놔두고 온 것 같다."
- 유독 동생들을 예뻐한다.
"그동안 배우·스태프 복이 많았다. 그럼에도 유난히 '고백부부' 애들이 예쁘다. 아마도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시 만난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어린 친구들과 동갑 연기를 해야했다. 불편하진 않았나.
"촬영할 때 감독님이 정말 열심히 찍어주셨다. 그리고 내부에서도 애를 써 주셨다. '고백부부'에서는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조)혜정이와 기용이는 스물여섯으로 막내다. 그럼에도 혜정이는 정말 진주를 걱정하는 얼굴로, 기용이는 예쁘게 봐줬다. 그런 눈빛이 있어서 다들 동갑 친구로 봐주셨던 것 같다. 만약 이들이 애쓰지 않았다면 진주를 연기하는 모습은 다 가짜였을 거다."
-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정말 달랐다. 분장을 했나.
"2017년 현재의 모습은 분장을 했다. 아이라인을 연하게 그리고 피부톤도 노랗게 바꿨다. 일부러 베이스도 얼룩덜룩하게 했다. 드라마적인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광대에 기미도 찍고 눈가엔 다크서클도 그렸다."
- 한보름·손호준 모두 장나라에 대해 '인생 친구'라고 표현하더라.
"미운 구석이 하나도 없다. 같이 가만히 있어도 20대 초반이 된 것처럼 꺄르륵 거렸다. 느낌이 따뜻했다. 누구하나 모나는 성격도 없었고 분위기 흐리지도 않았다. 정말 '인생 동생' 같다. 특히 (윤)보름과 혜정인 '고백부부'를 찍으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 같다. 이런 복을 받으려고 이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다."
- 한보름·조혜정과 놀이동산을 가기로 했다고.
"놀이동산 뿐만 아니라 여행도 가기로 했다. 앞으로 연락할 날이 많으니 오래오래 살면서 연락하자고 했다." <2편에 계속>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라원 문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