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맞이한 사직구장의 가을축제. 연장 10회까지 접전 승부가 이어졌고 긴장감이 넘쳤다. 하지만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모두 그랬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복귀 첫 경기에서 2-9로 완패했다. 1-2로 뒤진 8회말 대타 박헌도가 동점 홈런을 칠 때까지만 해도 승리 기운이 맴돌았다. 하지만 연장 11회초 무너졌다. 바뀐 투수 박시영이 지석훈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맞고 리드를 빼앗겼다. 다시 바뀐 투수 장시환은 2사 2·3루에서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가 던진 6구째 직구는 포수 강민호가 받지 못해 뒤로 빠졌고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승세가 NC로 넘어갔다. 장시환은 무너졌다. 재비어 스크럭스에게도 볼넷을 내준 뒤 모창민에게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9-2. 10회까지는 롯데의 경기력이 NC보다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급격하게 집중력이 저하됐다. 포일도 나왔지만 폭투를 한 뒤 송구를 받는 3루수의 포구도 아쉬웠다.
관중석에서도 비매너가 나왔다. 모창민의 타석 때 1루 쪽 롯데 관중석에서 소주팩 한 개가 날아들었다. 롯데의 패색이 짙어지자 화를 참지 못한 관중이 만행을 저질렀다. 주변 관중석이 그 관중을 향해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진행 요원도 투입됐다.
하필이면 이날 경기에서 평소보다 부진했던 강민호 옆으로 오물이 떨어졌다. 화를 드러낼 수 없던 롯데 선수들의 참담한 심정은 짐작이 어려울 정도다. 이어진 상황에서 만루 홈런이 나왔다. 그 물통 한 개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점수 차가 7점까지 벌어지자 일부 관중들이 경기장을 떠났다. 그토록 기다린 사직의 가을을 마지막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긴 기다림만큼 기대가 컸고 실망감도 컸다.
돌아선 발길을 탓할 수 있을까. 나오지 않았어야 할 내용이 있었다. 실책, 포일, 득점권 침묵보다 더 뼈아팠다. 급격하게 무너진 선수단, 물통을 집어던진 팬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