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 스타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42)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향해 '즐겨라'라고 조언했다.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베컴과 함께하는 AIA생명 헬스앤웰니스 서밋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베컴은 세련된 금발 단발머리에 검정 구두와 슈트를 차려입고 등장해 마치 명품 브랜드 패션쇼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오랜만에 한국을 찾아 설레고 기쁘다"며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베컴을 단순히 잘생기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유명인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프로에 데뷔한 베컴은 몸에 걸친 옷만큼이나 멋진 오른발 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그는 동료의 발 바로 앞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일명 '택배 크로스'와 그림처럼 감아 차는 '프리킥'을 주 무기로 2013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21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베컴은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LA 갤럭시(미국)에 이어 파리 생제르맹 등 자신이 뛴 4개의 리그에서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4개의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잉글랜드 선수는 베컴이 최초다. 대표팀에서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뛰며 세 차례 월드컵(1998·2002·2006년)에 출전, 통산 115차례의 A매치 출장 기록을 남겼다.
베컴은 "현역에서 은퇴한 지금도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 21년간 프로에서 뛴 선수 출신이다 보니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꾸준히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그는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에 조언을 부탁하는 질문에 "축구를 하다 보면 선수 개인이나 대표팀이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나 역시 선수 시절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겪은 한국은 언제나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한국 선수들은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강하기에 (현재 처한 상황과 축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즐기지 못하면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물론 H&M, 아르마니, 디젤 등 의류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베컴은 은퇴 뒤 또 하나의 수식어를 얻었다. 바로 '아들·딸바보'다. 여성 5인조 인기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 빅토리아(43)와 1999년 결혼한 베컴은 슬하에 3남 1녀를 뒀다. 베컴은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인 장남 브루클린(18)과 차남 로미오(15)는 물론이고 셋째 딸 크루즈(12)와 막내딸 하퍼 세븐(6)를 안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베컴은 "아이들과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운동, 식습관 등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엄격하게 대하는 것보다 직접 행동을 보여 좋은 본보기가 되려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