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하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몰고 온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하면서 원작의 화제성으로 제작 초기부터 충무로 안 팎의 관심을 모았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 당일인 이 날 오전 8시 기준 26.5%의 실시간 예매율을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하는 '그것' 예매율 16.4%, 현 박스오피스 1위 '킬러의 보디가드' 11.8%에 비해 앞선 수치로 오프닝 스코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시사회 직후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팬들은 물론 원작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원작을 접한 관객들이라면 새 등장인물, 관계 및 스토리 변화 등 원작과 다른 설정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긴장감은 '스포일러를 알고봐도 재미있다'는 반응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베테랑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역을 맡아 그야말로 독 품은 연기를 선보인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 감량을 자처하면서 특수분장이 아닌 스스로 비주얼을 변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사실상 설경구 원맨쇼 작품이나 다름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다 펼쳐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연기 평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수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가 예상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연기를 선보였을 때 관객들은 또 한 번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가 그 어려운 것을 결국 해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을 통해 젊은층 팬덤까지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얻은 아이돌급 인기에 본인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호감도 높아진 설경구가 티켓파워까지 증명할지,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설경구의 양 옆에는 김남길과 설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김남길은 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로 분해 선과 악을 널뛰는 열연을 완성시켰고, 설현은 AOA 설현이 아닌 배우 김설현으로 역시 기대 이상의 호연을 통해 개봉 후 호평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해외영화제 초청 및 해외 개봉이 확정되면서 해외에서 먼저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10월 개최되는 제61회 BFI 런던 영화제 ‘Thrill’ 부문에 초청, BFI 런던 영화제 집행위원장 클레어 스튜어트(Clare Stewart)는 “'살인자의 기억법' 속 블랙유머와 세련된 이야기 반전, 그리고 잊지 못할 설경구의 연기력에 영화제 프로그래머들 모두가 사로잡혔다"고 밝혔다. 유럽 관객들을 매료시킬 준비를 마쳤다.
또 관계자에 따르면 8일 북미 개봉을 시작으로 이후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터키, 대만, 일본, 필리핀 등에서도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시장이 막을 내리고 가을 스크린의 문이 열렸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 첫 단추를 잘 꿰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