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명의 고려인과 3000여 교민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동양인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곳이다. 중앙아시아인과 러시아인 그리고 고려인까지 닮은 듯 다른 듯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 하지만 축구 때문에 현지를 찾은 한국인 취재진은 이들의 눈에도 조금 독특하게 보이나보다. 거리를 걷고 있으면 조심스레 다가와 우즈벡어로 뭐라 말을 걸거나, 기자 못지않은 짧은 영어로 서툴게 "웨어 아 유 프롬?"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그제야 알겠다는 듯 씩 웃으며 "풋볼?"하고 되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타슈켄트에서 만난 우즈벡인들 사이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우리 감독(삼벨 바바얀)이 일찍 해고됐으면 1위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래도 한국을 이기고 월드컵에 갈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친 김에 "한국 선수 중 가장 유명한 선수는 누구냐, 또 우즈벡 최고의 선수는 누구냐"고 물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보다보니 거의 "두 유 노 김치?"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우즈벡인들은 손흥민(25·토트넘)을 첫 손에 꼽았고, 이근호(32·강원FC)의 이름을 든 사람도 있었다.
우즈벡 최고의 선수 얘기를 할 땐 눈빛이 좀 달라졌다. 경기장 근처에서 만난 한 우즈벡인은 오딜 아흐메도프(30·상하이 상강), 사르도르 라시도프(26·엘 자이시) 등의 이름을 열거하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즈벡엔 축구 선수보다 더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고 얘기했다.
"지금 월드컵 때문에 축구 얘기를 많이하고 있지만 우즈벡에선 복싱이나 유도, 태권도가 훨씬 인기가 많다"고 말한 그는 "아흐메도프 같은 선수는 광고도 찍을 만큼 인기가 많지만 그래도 드미트리 쇼킨(25)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쇼킨은 태권도 +87kg급 세계 랭킹 3위이자 2015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태권도의 인기는 대단하다.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도 많았고 선수들의 기량도 쑥쑥 상승해 자국에서는 ’효자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제1회 세계태권도연맹 아시아지역 프레지던트컵을 개최해 성황리에 대회를 마치기도 했다.
현지 통역을 맡고 있는 또 다른 우즈벡인은 "여기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누가 뭐래도 알리나 카바예바(34)"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듬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푸틴의 연인’으로 유명한 카바예바는 2014 소치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도 나선 바 있다.
그는 "카바예바는 타슈켄트 출신으로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선수였다"며 "매년 타슈켄트에서 리듬체조 월드컵도 열리고, 한국인 선수(손연재)도 참가해서 한국에 중계도 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카바예바를 아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