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가 'UFC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를 꺾고 통산 50전 무패 신화를 썼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아레나에서 벌어진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69.85㎏) 12라운드(각 3분) 프로복싱 대결에서 맥그리거에게 10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통산 49전49승의 '21세기 복싱 최강자' 메이웨더와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최초 2체급 동시 석권(페더·라이트급) 기록을 가진 맥그리거의 이번 맞대결은 수개월 전부터 전 세계 스포츠팬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매치를 위해 2015년 9월 은퇴를 선언했던 메이웨더는 은퇴 번복을 선언했고, 맥그리거는 지난해 12월 프로 복싱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동물적인 스포츠 복싱과 격투기의 최강자 간 격돌을 두고 언론은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렀다.
이 역사적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메이웨더는 로키 마르시아노가 지난 1955년 기록한 49전49승을 넘어 복싱 역사상 최초로 50승 무패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안방 격인 4강 링 위에서 싸운 메이웨더에게 프로복싱 경력이 전무한 '옥타곤(8각 링)의 지배자' 맥그리거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메이웨더는 1라운드부터 거센 펀치 세례를 퍼부은 맥그리거에게 노련미 넘치는 수비로 대응했다. 복싱 역사상 최고의 '아웃 복서'답게 현란한 풋워크와 숄더롤(어깨 너머로 펀치를 흘려 보내는 기술)로 맥그리거의 초반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기회를 엿보던 메이웨더는 4라운드 막판부터 공격적으로 돌아섰다. 강공을 펼치던 맥그리거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자 메이웨더는 망설임 없이 전광석화 같은 스트레이트를 복부와 안면에 꽂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선 7라운드에 접어들자 상대 안면에 수차례 연타를 적중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10라운드 1분5초 상황에서 메이웨더가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 결정타를 성공시키자 맥그리거는 그로기(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가 돼 로프 한켠으로 밀려났다. 이를 본 로버트 버드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메이웨더의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스포츠팬 사이에서는 이번 대결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긴 인물은 오히려 패한 맥그리거라는 평가다. 복싱 데뷔전을 치른 그가 낯선 복싱 룰 속에서도 3라운드까지 대등한 경기를 한 뒤 10라운드까지 버티는 투혼을 펼친 덕분이다. 당초에는 맥그리거가 메이웨더를 상대로 초반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맥그리거는 악착같이 버티며 패배 순간까지 다운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메이웨더는 이기고도 노쇠화에 따른 부진한 경기력을 지적받기도 했다.
경기 후 맥그리거는 "대등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잠깐 주춤했을 뿐인데 주심이 경기를 너무 일찍 중단시킨 것 같다"며 당당히 경기 소감을 밝혔다. 메이웨더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 줬다. 초반 상대의 힘을 뺀 뒤 후반 승부를 보는 작전을 들고 나왔는데 적중했다"면서 "맥그리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어려운 상대였지만 오늘은 내가 더 잘했다. 승리는 승리"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편 메이웨더는 "이것이 내 마지막 시합"이라며 '세기의 대결'을 끝으로 재차 은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