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10일까지 리그 홈런 단독 1위다. 38홈런을 때려내 2위 김재환(두산)을 8개 차이로 앞서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51홈런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그는 지난해 40홈런으로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와 공동 홈런왕을 차지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그 홈런 수를 올해 뛰어넘는 건 기정사실이다. 관심사는 KBO 리그 역대 6번(이승엽 2회·박병호 2회·심정수)째이자 2015년 박병호(당시 넥센·53개)에 이어 2년 만에 '시즌 50홈런'을 넘을 수 있느냐다. 그만큼 독보적이다.
최정의 홈런이 인상적인 건 '과정'이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분석한 최정의 올 시즌 홈런 평균 발사각(Launch angle)은 30.9도다. 물리학자인 로버트 어데어 교수는 저서 '야구의 물리학'에서 35도를 이상적 홈런 각도로 정의했다. 하지만 25~35도가 홈런이 나올 수 있는 최적화된 발사각이라는 게 야구계 정설이다.
지난 6월 워싱턴 포스트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발사각은 스윗 스폿(Sweet spot)에 맞았다는 가정 하에 25~35도였다. 2015년부터 도입된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 시스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최정은 최근 4년 동안 꾸준하게 30.9~34.5도 사이에서 홈런 발사각을 형성하고 있다. 변함이 없다.
중요한 건 추진력이다. 홈런은 발사각만 갖췄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타구 스피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평범한 뜬공으로 물러난다. 시속 95마일(152.9㎞) 이상의 타구 속도(Exit velocity)가 더해져야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간다. 안정된 발사각을 갖췄다면 더 강하게 타구를 날릴수록 홈런의 확률은 높아진다.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는 '배럴(Barrel)'이라는 이상적 타구 지표를 만들어냈고, 그 조건으로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98마일(157.7㎞) 이상을 제시했다. 최정은 2014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홈런 발사각을 30도에 맞추면서 시속 158㎞ 이상의 타구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최적화된 홈런타자인 셈이다.
급격하게 늘어난 홈런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2014년 14개였던 홈런이 2015년 17개, 2016년 40개까지 증가했다. 잔부상에 시달렸던 2014~2015년에는 연평균 81.5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타석당 홈런수를 감안해도 최근 4년 동안 홈런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배트(무게 900g·길이 34인치)를 교체하지도 않았다. 발사각과 타구 속도도 이상적인 수치 안에서 꾸준하게 유지됐다. 최정은 "타격 포인트를 과거보다 앞 쪽에 두면서 폴로스루를 끝까지 길게 끌고 나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땅볼보다는 뜬공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는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면서 힘이 좋아졌다. 여기에 타격시 공을 밀고 나가는 능력도 나아졌다. 배트에 공이 맞는 면적도 넓다"고 설명했다. 같은 홈런이어도 타구의 질이 향상됐다는 의미다. 최정은 홈런이 아닌 타구 자체에서도 자신만의 타격 스타일을 고수한다.
지난해 볼티모어를 팀 홈런 1위로 이끈 스캇 쿨바 타격코치는 최근 덴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발사각에 따라 어떤 걸 바꾸라고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각자 최선의 스윙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체구가 작거나 스피드가 있는 선수는 높은 발사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자에 맞는 타격 스타일이 따로 있고, 최정은 그 방향을 잘 찾아서 가는 중이다. 정 코치는 최정에 대해 "타고난 타자다. 힘과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가 때리는 홈런은 그만큼 특별한 비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