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거나 부상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이다. 손흥민(25·토트넘)은 오른팔 골절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시즌 초반 경기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성용(28·스완지 시티) 역시 무릎 수술 뒤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은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프리 시즌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도 허벅지 부상 소식을 알려 왔다.
소속팀에서 활약이 미미한 선수들도 존재한다.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은 강렬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박주호(30·도르트문트)는 주전 경쟁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이렇듯 유럽파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다음 달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A조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른다. 오는 9월 6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승점 13점으로 A조 2위에 위치해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 1점 차에 불과하다.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따라서 반드시 승리해 우즈베키스탄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 삐끗하면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실패다.
신태용(47) 신임 대표팀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 감독은 "손흥민과 기성용은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다.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재활이 잘돼 이란전에 합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유럽파 선수들이 우울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 느낌표(!)도 있다. 밝은 빛을 내고 있는 한 명의 선수가 존재한다.
유럽에서 전해 온 '유일한 확신', 바로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다.
◇ 벌써 시즌 4호골을 신고하다
황희찬은 벌써 시즌 4골을 신고했다.
그는 지난 12일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차 예선 1차전 하이버니언스(몰타)와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며 잘츠부르크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4일 뒤 도이칠란트벨르거와 OFB컵(리그컵) 1라운드에서도 1골을 추가했다. 황희찬은 자신이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 낸 뒤 성공시켰다. 잘츠부르크는 7-0 대승을 거뒀다.
27일 황희찬의 세 번째 골 소식이 전해졌다. 황희찬은 UCL 3차 예선 1차전 HNK 리예카(크로아티아)전에서 패색이 짙던 팀을 위기에서 구해 냈다. 0-1로 뒤지던 후반 4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의 골에 힘입어 1-1로 비길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의 UCL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30일 네 번째 골이 터졌다. 리그 첫 골이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2라운드 LASK 린츠전에서 1골을 넣었다.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황희찬은 선발에 강했다. 올 시즌 황희찬이 출전한 6경기 중 선발은 4경기였다. 황희찬의 골은 모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터졌다. 선발 출전은 골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기세와 속도라면 지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도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총 16골(리그 12골·오스트리아컵 2골·UEFA 유로파리그 2골)을 성공시켰다. 팀 내 득점 1위, 리그 전체 3위의 기록으로 오스트리아 간판 공격수로 거듭났다.
◇ 신태용팀에서도 폭발해야 한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강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황희찬은 이변이 없는 한 신 감독의 부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황희찬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황희찬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머릿속에 들어 있다.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위해 대표팀 연령대 선수들보다 세 살이나 어린 황희찬을 과감하게 발탁한 바 있다. 황희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황희찬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보답했다.
저돌적이고 폭발적인 움직임을 가진 그는 '한국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유형의 공격수'라는 찬사와 함께 '한국의 루니'로 불렸다.
황희찬은 곧 성인대표팀으로 발길을 옮겼다. 황희찬은 2016년 9월 중국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신태용 코치가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에게 황희찬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3일 카타르와 8차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도 터뜨렸다.
A매치 7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제 신 감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황희찬은 대표팀 백업 공격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팀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강렬한 모습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 아래서는 막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에게 태극마크가 허락된다면 이번엔 달라져야 한다.
황희찬에 대한 확신을 품고 있는 신 감독과 함께 간다. 한 단계 성장과 동시에 폭발력을 선보일 때다. 그리고 현재 대표팀에는 공격의 중심이 없다. 황희찬이 그 자리에 들어설 시기가 온 것이다. 그가 위기의 한국 대표팀을 구하고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선다면 대표팀에도 '황희찬 시대'가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