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엑소·샤이니·동반신기 등 '한류 강자'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가 혈맹을 맺었다. 양사는 각자의 계열사에 상호 증자 및 지분 양수도로 피를 섞어 '겹사돈'이 됐다. 이들은 ICT(정보통신기술)와 기기·엔터테인먼트 콘텐트 결합으로 미래 신사업을 개척해나간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SM엔터 '혈맹' 결성
SK텔레콤은 17일 음향기기 자회사인 아이리버와 SM엔터의 드라마·예능 콘텐트 제작사인 SM컬처앤콘텐츠(이하 SM C&C)에 각각 250억원과 65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M엔터도 이날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400억원과 73억원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SK텔레콤은 SM C&C의 2대 주주가 되며, SM엔터는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된다.
또 아이리버는 SM의 모바일 콘텐트 제작 계열사인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이하 SM MC)와 머천다이징 회사인 SM 라이프 디자인(이하 SM LDC)을 흡수해 콘텐트 기반의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SM C&C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을 인수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강화하게 됐다.
아이리버와 SM C&C의 인수합병은 8월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국내 1위 통신사와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한류 강자가 피를 섞어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사진=SKT 제공 박정호 첫 작품…미래 신사업 개척 발판 마련
이번 협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1호 인수합병이다.
박 사장은 올 초 취임사에서 "혼자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건은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이 내놓을 인수합병에 대해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작품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AI 기술·미디어 및 음악 기기 제작 역량과 SM엔터의 스타 지적재산권·콘텐트 제작 역량·팬들의 강한 로열티 등을 결합해 차세대 콘텐트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아이리버를 앞세워 K팝 팬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가 샤이니 멤버의 목소리를 담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제작하거나 엑소의 로고를 새긴 이어폰을 만드는 등의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국내 MP3 시장을 지배했던 아이리버는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고급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을 앞세워 부활을 모색했지만, 틈새시장에 머물러왔다.
이번 SM엔터와 협력은 K팝 연계 상품의 출시로 중국·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아이리버의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AI 기술 등 ICT와 한류 콘텐트의 결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령 AI 비서를 탑재한 아스텔앤컨 헤드셋에서 음성만으로 엑소의 노래를 재생하고, 모바일 TV 옥수수 등을 통해 동방신기의 360 VR(가상현실) 라이브 팬미팅에 참여할 수도 있다.
SM, 광고 시장 진출…신 성장 동력 확보
SM엔터는 이번 협력으로 연예 매니지먼트 및 드라마 제작에 이어 광고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SM엔터는 SM C&C를 통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을 인수해 일본 최대의 종합 광고대행사 '덴츠'를 벤치마크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콘텐트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주로부터 선투자를 받아 다시 콘텐트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광고 수익은 물론 콘텐트 제작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영민 SM 총괄사장은 "광고와 콘텐트의 결합으로 기업과 셀러브리티를 위한 마켓 4.0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종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에이전시가 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서로 다른 회사 간 역량과 인프라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SK그룹의 신 경영방침 '딥 체인지 2.0'의 대표 사례"라며 "한류와 ICT의 결합으로 5년 내 1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