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살인적 더위'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변수로 떠올랐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단 한번도 원정 승리를 낚아보지 못한 '슈틸리케팀'이 날씨의 한계를 극복하고 승점 3점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른 뒤 14일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이끄는 카타르 대표팀(FIFA 랭킹 89위)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전부를 걸고 승점 3점을 얻어야 한다.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점)로 조 2위다. 그러나 3위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점차로 뒤쫓고 있어서 하위권인 카타르를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 번만 더 믿어달라. 그러면 월드컵에 갈 수 있다"면서 국민들에 응원을 당부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카타르는 살인적인 날씨로 유명하다. 카타르 리그 알가라파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영은 "낮에는 온도가 40도에 육박한다. 저녁에도 30도 이상의 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현명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염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적응이 큰 관건이 된다. 한국영은 "나도 처음 카타르 리그에 진출한 뒤 나선 경기에서 운동화를 5번이나 갈아신었다. 땀이 차서 도저히 신고 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캡틴' 기성용 또한 날씨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카타르전은 대단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 "현지 날씨가 매우 덥다. 저희가 경험해보지 못한 더위다. 적응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 카타르가 비록 조 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경기력에선 저희가 전혀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 역시 날씨에 신경쓰고 있다. 축구 대표팀 관계자는 "이번 카타르와 원정경기는 무더위와 밤 시간 경기, 시차와의 싸움이 과제가 됐다"면서 "경기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축구대표팀 피지컬 코치 역시 "온도와 습도가 높은 어려운 조건이고,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제각각"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이에 따라 슈틸리케호는 선수들이 밤 시간대 경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 시간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을 1주일여 앞두고 잡은 이라크와 평가전을 벌이는 것도 현지 날씨와 시차, 그리고 라마단 기간으로 인한 밤 시간대 경기를 고려한 워밍업 차원이다. 이라크와 평가전은 현지 시간으로 7일 밤 9시로 잡았다. 태극전사들이 카타르전과 비슷한 환경을 미리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의 축구 철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펼칠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높은 점유율로 상대를 주도했다. 물론 점유율만 높아선 안 된다. 찬스에서 마무리하는 결정력도 보여줘야 한다"면서 카타르전에 앞서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그 전에 날씨라는 변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원정 첫 승리는 요원하다.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