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간절했던 4강 신화의 꿈도 깨졌다. 그러나 '2017 新황금세대'가 대한민국 축구에 남긴 유산은 위대했다. 축구는 화려한 이름값이 아닌 소중한 희망을 품은 젊은이들이 착실하게 풀어나가는 종목이라는 걸 다시금 일깨웠다.
대한민국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죽음의 A조'를 준수한 성적과 경기력으로 돌파한 '신태용팀'은 8강을 넘어 4강을 목표로 달렸지만 끝내 실패했다. 프로팀 소속 선수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은 '태극전사'들보다 노련미가 있었다.
이번 U-20 대표팀은 '바르셀로나 듀오'인 이승우와 백승호 정도를 제외하고 두드러진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가 없다고 평가됐다. 전형적인 '골짜기 세대'로 불리웠던 2016 리우올림픽 U-23 대표팀 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송종국과 이동국이 있었던 1999년 U-20 대표팀이나 박주영과 이근호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1985년생 황금세대와 비교해 압도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자 '태극소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2017 新황금세대'로 불러도 될 정도의 몫을 씩씩하게 해냈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백승호는 명문 구단 유스팀 출신답게 화려하고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격파할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태극소년'들은 선의의 경쟁과 동시에 함께 더불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입증했다. 바르셀로나 듀오를 양 날개로 거느린 조영욱은 팀 내에서 가장 어렸지만, 최고의 활약을 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각국 명문 구단 소속의 스카우트들은 조영욱을 주시했다. 저돌적이고 근성있는 플레이와 적재적소를 파고드는 센스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유럽의 스카우트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자질을 갖췄다. 조별예선에서 14차례나 '선방쇼'를 펼쳤던 골키퍼 송범근 역시 이번 월드컵이 발견한 선수였다. 이밖에도 '장신 수비수' 정태욱 역시 재평가 됐다.
U-20 월드컵은 스타의 등용문이었다. 1979년 최순호를 비롯해 1993년 최용수, 1999년 이동국, 2005년 박주영, 2007년 이청용과 기성용, 2009년 구자철 등이 U-20 월드컵을 거쳐 한국 축구의 중심이 됐다. '2017 新황금세대' 역시 이들처럼 전세계와 K리그를 누비는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진짜 금빛으로 반짝이는 선수가 되기위해서는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한국 U-20 대표팀에는 프로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적다. 설령 프로구단에 몸을 담고 있어도 실전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아닌 2군에서 뛰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 세계적 팀들이 총출동하는 월드컵 같은 무대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손발이 맞지 않았던 세트피스와 어수선한 수비와 패스 플레이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8강 진출에 좌절한 뒤 태극소년들을 만나 "축구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 팀에 돌아가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라"고 조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극소년들은 포르투갈전 뒤 "내 진짜 실력을 알게됐다"는 치열한 반성을 남겼다.
국제무대에서 내로라하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내 축구에 '천재'로 불릴 만한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들은 진정한 '2017 新황금세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