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17일(현지시간)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칸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무려 네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았다. 출자 비율 때문에 미국 영화지만, 한국 감독 봉준호가 연출한 '옥자'까지 포함한다면 총 다섯 편이 칸의 부름을 받았다.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가 수상을 놓고 경합을 치르는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불한당(변성현 감독)' '악녀(정병길 감독)'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만난다. 다양한 부문에 한국 영화들이 포진된 가운데 이번 칸영화제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옥자' 프랑스 영화계 반발 뚫고 '반전' 수상?
경쟁 부문에 오른 '옥자'는 올해 칸영화제의 뜨거운 감자다. '옥자'는 관례를 깨부쉈고, 자국도 아닌 타국 영화제의 '새 규칙'까지 만들었다. 극장 상영이 아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가 영화제에 초청될 수는 없다는 게 이유였다. 칸영화제 측과 프랑스 영화계는 끊임없이 부딪쳤고, 결국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새 규칙을 만들어 냈다. '옥자'가 쏘아 올린 꽤 큰 공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옥자' 입장에선 이런 논란조차 즐기는 분위기다. 그만큼 '옥자'의 존재감이 크고, 유력한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임을 암시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트로피까지 거머쥔다면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봉준호로 시작해 봉준호로 끝나게 될 듯하다. 넷플릭스 측과 봉 감독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수상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올해 심사위원 중에는 '깐느박' 박찬욱 감독이 포함돼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 초청은 영광스럽고 흥분되지만 동시에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 같은 느낌이다. 전 세계 까다로운 관객들이 프랑스 작은 시골 마을에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데 그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아름답게 완성했다고 자부한다. '옥자'가 경마장에 올라가는 말처럼 그런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방식으로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지런한 홍상수… 두 작품 초청
홍상수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에 두 작품이나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는 경쟁 부문에 올랐고, '클레어의 카메라'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상영되는 기회를 얻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개봉 당시 차기작으로 많은 얘기가 나왔던 영화. 지난해 김민희가 '아가씨'로 칸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홍상수가 칸에 따라가서 찍고 온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후'는 홍상수가 꽁꽁 감춰 뒀던 히든카드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가 상영된 이후 어떤 반응이 있을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영화에 대해 알려진 정보도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스틸컷이 전부다. '그 후'는 유부남 권해효(봉완)가 출판사에서 부하 직원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민희는 작은 출판사 직원 아름 역을 맡았다. 극 중 권해효의 아내는 김민희가 권해효의 불륜 상대인 줄 오해하는 내용도 담았다. 불륜 소재에 강한 홍상수가 또 다른 불륜 영화로 황금종려상까지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출연 배우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수상한다면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칸영화제까지 세계 3대 영화제의 트로피를 두 개나 품는 영예를 안게 된다.
'악녀' '불한당', 제2의 '부산행' 될까
비경쟁 부문이라 수상과는 상관없지만, 개봉 후 반응을 미리 점쳐 볼 수 있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에도 시선이 쏠린다. '악녀(정병길 감독)'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이 초청받았다. 지난해 '부산행'이 같은 부문에 초청돼 상영 직후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다. 한국형 좀비물이라는 새로운 영화에 전 세계 영화인들이 열광했다. 할리우드 좀비물에 눈높이가 맞춰진 영화인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내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다. 결국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하며 흥행 대박을 쳤다. '불한당'과 '악녀'는 모두 액션물이다. 톤과 결은 다르지만, 할리우드가 잘하는 액션 장르로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는 다면 연이은 한국 흥행도 점쳐 볼 수 있다.
'악녀'는 살인 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옥빈·신하균·성준·김서형이 출연한다. '불한당'은 범죄 조직 1인자를 노리는 남자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교도소 신참이 만나 의리를 다지고, 출소 이후 의기투합하던 중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악녀'는 칸영화제가 끝난 후 6월에 개봉하고, '불한당'은 17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