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딸들'은 지난 9일 종영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3개월이다. 떠들썩하게 시작해 초라하게 막을 내리며 종영에 대한 작별 인사조차 없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 이수근 붐이 신인 아이돌들의 집에 방문해 집밥을 해주는 이야기로 꾸며졌다. 다섯 출연진은 SF9, 프리스틴 멤버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이들의 숙소를 일일 하숙집으로 만들었다.
'하숙집 딸들'은 원래 가상의 하숙집을 만들어 게스트를 초대, 하숙집 딸들과 게스트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는 예능이었다. 그러나 반응이 좋지 않자 콘셉트를 변경하고 멤버를 축소해 변화를 꾀했다. 초강수를 뒀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분명한 콘셉트는 사라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자, '하숙집 딸들'이 대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출연진의 문제도 있었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예능 나들이에 나선 여배우들은 분명 망가지긴 망가졌다. 초반 방송을 시작하자 이러한 장면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배우의 살신성인은 웃음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베테랑 이수근이 여배우들을 이끌며 '하드캐리'했지만, 정작 주인공은 여배우들에겐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못했다.
종합적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콘텐츠였다. 발리 인근의 섬에서 한식당을 차려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예능(tvn '윤식당')과 출연자가 아침에 비염 치료를 위해 코 속을 씻는 모습까지 내보내는 극한의 리얼 예능(SBS '미운 우리 새끼')가 요즘 예능가 최고의 콘텐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숙집 딸들'은 옛날식 리얼 예능을 추구했다. 제작진의 개입이 눈에 띄었고, 리얼해야 할 출연진의 모습에선 인위적인 냄새가 물씬 났다.
KBS는 후속 프로그램도 정해놓지 않은 채 일단 '하숙집 딸들'을 종영시켰다. 오는 16일부터는 단막극 앙코르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