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가 FA컵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상대는 이미 한 번 울려봤던 전북 현대였다.
부천은 19일 오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FA컵 32강 전북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로 전북전 상대전적 1승1무가 된 부천은 강팀에 강한 모습을 과시하며 올해 FA컵 '태풍의 눈'을 예고했다. 반면 전북은 안방에서 정예 선수들을 가동하고도 패하며 32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이날 경기는 전북에 새로운 '트라우마'를 안겼다.
전북은 올해 FA컵 첫 무대에서 성사된 '리턴매치'에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약 1년 전 FA컵 8강에서 부천에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결과를 되풀이 하지 않고 12년 만에 FA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던 최강희(58) 감독의 의욕은 선발 명단에서도 드러났다. 32강부터 출전하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팀들은 같은 클래식팀과 만나기 전까지는 1.5군~2군을 기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과감하게 김신욱(29)과 에두(36)를 최전방에 세웠고 김보경(28), 에델(30), 신형민(31), 김진수(25), 이용(31), 최철순(30), 김민재(21) 등 정예 선수들을 모두 내보냈다.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했던 1년 전의 악몽을 깨끗이 되갚아주겠다는 일념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부천은 끈질겼다. 초반부터 내려선 부천은 정규 시간 90분에 연장 30분을 더한 120분 동안 전북의 공세를 막아내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120분의 혈투에도 불구하고 골맛을 보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나섰다. 선축에 나선 쪽은 부천으로, 양팀 1, 2번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부천은 3번 키커 진창수(32)가 실축하며 먼저 위기를 맞았지만 전북의 3, 4번 키커인 김진수와 정혁(31)이 연달아 골을 놓치며 단숨에 승부가 역전됐다. 기회를 잡은 부천은 3-2 상황에서 마지막 키커인 김영남(26)이 깨끗하게 슈팅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승부차기 승리를 챙겼다.
안방에서 2년 연속 같은 상대에게 패하는 드문 경험에 최 감독도 한숨을 내쉬었다. 최 감독은 "앞으로 전북은 FA컵에서 부천은 안 만나야 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상대에 대한 껄끄러움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은 준비도 잘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패배를 빨리 받아들이고 리그에 집중해야 한다"며 '리그 우승 올인'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전북을 잡은 정갑석(48) 부천 감독은 "누구를 만나든 FA컵을 잘 준비하겠다. 클래식 팀과 붙어 부천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자이언트 킬러'로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