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올리나의 '무당벌레(Ladybug)'는 장수연(23·롯데)의 어깨 위에 내려앉지 않았다.
장수연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의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장수연은 이날 이븐파(버디 4개·보기 2개·더블보기 1개)로 단 1타도 줄이지 못하면서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크리스티 커(미국·20언더파)에 역전패했다.
이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입구 오른쪽에는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이란 소녀상이 제막돼 있다. 이 전설에 따르면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는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긴 뒤 부드러운 입김으로 무당벌레를 보내 주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장수연에게 '무당벌레의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초청 선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출전한 장수연은 전날까지 펄펄 날았다. 1~3라운드 54홀 동안 단 1개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17개를 낚아내며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평균 250야드의 드라이브샷과 80%의 그린 적중률을 자랑하며 '신데렐라'를 꿈꿨다.
그러나 이날 5번홀 이후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1번(파5), 3번홀(파4)에서 '버디-버디'를 기록할 때만 해도 2위권과 격차를 최대 4타 차까지 벌렸다. 이후 샷에 흔들림이 왔다. 6번홀(파4)의 보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8번홀(파3)에서의 더블보기는 치명적이었다. 티샷을 실수했고 그린 주변에서 시도한 어프로치샷이 짧아 다시 굴러 내려왔다. 결국 3온 한 뒤 2m의 보기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2타를 잃었다.
그래도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후반 들어 연속 이어진 파5의 13번, 14번홀에서 '버디-보기'로 더 이상의 추격의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우승자 커는 전날의 파워풀한 샷을 최종일에도 선보였다. 3라운드에서 버디만 무려 10개를 낚아내며 10언더파의 맹타를 휘둘렀던 샷 감각이 4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커는 5, 6번홀과 11번홀에서 추격의 발판을 놓은 3개의 버디를 낚은 뒤 13~15번홀의 3개 홀에서 승부를 뒤집는 3연속 줄버디의 저력을 보였다. 그렇게 깔끔하게 6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20언더파로 정상에 섰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0·PXG)는 이날만 8타를 줄이면서 전인지(23)와 함께 최종 합계 17언더파를 기록해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소연(27·메디힐)은 최종 합계 15언더파 단독 6위를 차지했다.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