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담뱃세 인상·경고 그림 도입 등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대형 담배제조사들이 전자담배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영국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다. 이에 국내 업체인 KT&G도 본격적인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서 검증 받은 '궐련형 전자담배' 수입 임박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아이코스'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코스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충전식 전자장치에 궐련처럼 생긴 담배 스틱을 꽂아 쓰는 형태의 '궐련형 전자담배'로, 맛과 형태 모두 일반 담배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스위스·이탈리아·영국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가장 먼저 출시된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힘입어 현재 한국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필립모리스가 지난 2월 일본 내 아이코스의 공급 물량을 두 배로 늘린 데 이어 지난달 다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을 밝힌 만큼 올 상반기 국내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BAT코리아도 아이코스의 대항마로 신종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국내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글로는 스틱을 1개비씩 충전해야 하는 아이코스의 단점을 보완해 편리성을 높인 제품으로, 현재 일본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판매 중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의 한국 출시를 검토 중"이라며 "아이코스 출시 후 시장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시장…KT&G도 신제품 개발 중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기존 담배 시장은 줄어드는 반면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의 전자담배 이용률은 2013년 2%에서 2015년 7.1%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전자담배 수입규모도 1889만 달러(약 211억원)로, 2012년 146만 달러(약 16억원)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담배시장이 각종 규제로 제약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대형 담배제조사들이 전자담배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염두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담배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산 전자담배의 공습에 맞서 국산 담배업체인 KT&G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전자담배 테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KT&G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전자담배 관련 부서에서 시장 동향을 파악해왔다"며 "지난해부터 관련부서를 확대 개편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KT&G는 전자담배의 출시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스·글루 등 새로운 전자담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살펴 본 후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현재 KT&G의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60%를 유지하고 있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서 변화의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는 "KT&G도 아이코스 등에 대한 대응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다만 일단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하반기 이후 출시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