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라 박(32)이 완벽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2009년 YG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보석함 2NE1(투애니원) 멤버로 발탁돼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최고 걸그룹으로 활동한 산다라 박은 2NE1 해체와 동시에 음악인으로, 또 배우로 혼자 만의 길을 걷게 됐다.
솔로 활동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필리핀 ABS-CBN '스타 서클 퀘스트' 오디션을 통해 필리핀 연예계에 발을 들였을 당시에도 그녀는 혼자였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는 다르다. 기대치 만큼 더욱 까다로운 것이 바로 국내 무대다.
영화 '원스텝(전재홍 감독)'은 산다라 박의 홀로서기를 도와 줄 첫 번째 작품이다. 호평도 혹평도 좋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2NE1 해체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 이상의 기회와 도전의식을 붍태우게 만들었다. 제2의 꽃길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내가 어떤 일에서건 잘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은 늘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웃음) '원스텝'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 VIP시사회 반응은 어땠나.
"지인 분들이 많이 와 주셔서 감사했다.그리고 '앞으로 사람들 많이 만나고, 해 나갈수록 더 잘 할거야. 기대할게'라는 말씀들을 해 주셔서 너무 감동 받았다. '잘했어!'라는 말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 당시 드라마 촬영과 겹치지 않았나.
"'한 번 더 해피엔딩'과 동시기 촬영하기는 했는데 드라마는 아무래도 회차가 얼마 안 됐었던 상황이라 빨리 마무리 하고 영화에 집중했다. 1년 2개월 전에 찍은 작품이다 보니까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새롭다.
- '원스텝'은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받았고 음악 영화라는 점이 굉장히 끌렸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첫 영화라는 부담감 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결정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그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수월했다. 근데 개봉이 다가 오니까 떨린다." -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분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완성된 어떤 한 작품을 보여 드리는 일이다 보니까 무대와는 다른 것 같다. 무대는 생방송이 많고 그 순간 잘하면 되는데, 영화 또 다르지 않나.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 2NE1 시절 불렀던 노래와 장르가 많이 달랐다.
"녹음하러 갔을 때 당황했다. 2NE1 때는 발음도 좀 멋 부려서 하는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깨끗하고 청아하게 불러야 했다. 목소리는 어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보니까 연습생들이 사용하는 연습실을 빌려 매일 연습했다."
- 정말 노래와는 어울리는 목소리인 것 같다.
"이미지도 그렇고 지인 분들이 '이 노래가 너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어떻게 보면 '원스텝'을 통해 내 음악 세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이런 목소리가 있었네?'라고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 저예산 영화다. 힘든 점은 없었나.
"추위가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굉장히 빨리 찍어 주셔서 고마웠다. 밤샘 촬영도 별로 없었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정말 잘 해주셨다. 그래서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 전재홍 감독은 어떤 스타일이던가.
"완전 잘해 주셨다. 남배우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여배우들에게는 잘해 주시더라. 생각해 보면 조동인 배우와는 투닥투닥한 것 같은데.(웃음) 최대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난 내 몫만 잘 해내면 됐다."
-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불편하게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저렇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 하시지는 않으셨다. 다만 촬영 전에 리딩을 많이 했다. 대사를 나에게 편한 말투로 바꾸고 '아이디어 있으면 이야기 해도 좋다'는 식으로 마음을 열어 두셨다. 그 과정이 많이 즐거웠다."
- 쉬운 역할은 아니다.
"일단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캐릭터라 특별한 레퍼런스도 없었다. 상상으로만 연기를 한 것이어서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상상 속에 있는 색깔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CG로 표현 되지만. 판타지 영화처럼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하다 보니까 후반작업이 궁금하더라."
- 캐릭터에는 어느 정도 공감했나.
"시현이는 어두워 보이는 아이다. 기억도 없고, 가족도 없고 절망적이 상황에 놓여 있다. 조용하고 슬픈 표정은 나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평소 비춰지는 모습은 밝지만 날 아는 분들은 '차분하다'고 말한다. 낯 가리고, 두려움도 많고. 특히 어릴 때 내 모습 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연기 자신감이 좀 부족해 보였다. 목소리 톤도 약간 튀는 것 같았고.
"내가 생각한 시현이가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가끔은 '내가 연기한 것이 맞나? 내가 저렇게 힘 없이 연기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아직은 캐릭터 분석이 서툴다 보니까 일어난 일인 것 같은데 배워 나가면서 조금 더 깊이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목소리 톤은 노래 할 때도 많이 듣던 지적이었다."
- 단점이라 생각하나.
"아직은 그렇다. 슬픈 노래를 부르는데 '넌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 파트가 줄어든 적도 있다. 이번 '원스텝'도 슬픈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보니까 내가 먼자 '목소리가 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저음으로 해 보려고도 노력했는데 어차피 길게 이야기 하면 다시 내 목소리가 나오더라. 타고난 톤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 대중의 혹평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했다. 이미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이 한 번에 변화할 수는 없지 않나. 결국 시간과 꾸준함이 생명인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니까 혹평도 잘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해 나가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갖고 있는 매력을 내 강점으로 살려내고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낀 장면이 있다면.
"난 딥한 부분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오열하는 장면이 그랬다. 캐릭터와 분위기에 익숙해진 상태이기도 했는데 음악까지 틀어 주시더라. 음악이 나오는 순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 파트너가 선배 한재석이었다.
"대 선배님에 외모도 조각같지 않나. '차가우면 어쩌나 했는데' 먼저 다가와 주셨고 현장 분위기를 가장 잘 띄워 주셨다. 아무래도 우리는 후배니까 긴장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걸 선배님께서도 느끼셨는지 촬영 전에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대사도 많이 맞춰 주셨다."
- 밴드와의 호흡이 낯설지는 않았나.
"괜찮았다. 공연 때 같이 해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누군가와 같이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었다. 실제 밴드를 하시는 분들이라 악기 조율하고 음악 작업 하는 모습이 좀 더 라이브 같은 느낌도 있었다."
- 기타는 실제로 쳤나.
"아니다. 직접 하지는 못했다. 음악 영화고 기타도 쳐야 한다고 하니까 기타 구입을 했는데 못 쳤다. 겉멋이었다.(웃음)"
- '원스텝'은 산다라 박에게도 힐링이 됐을 것 같은데.
"촬영할 때는 너무 추워서 아플 정도였는데 끝나고 나니까 음악이 남더라. 녹음한 것을 다시 들어 보면서 새삼 '노래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잔잔한 감동이 밀려 오더라. 관객들이 나와 같은 느낌을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