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휘말렸다. 국내 점포를 대거 줄이고 남은 직원들을 텔레마케팅(TM)부로 보내 사실상 '퇴사 유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씨티은행은 올해도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미국 본사에 송금할 예정이다. 일부에서 직원들 생각은 않고 본사만 배불린다며 시선이 꼽지 않다.
점포 정리 후 남은 직원은 TM부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기존 영업점에 대한 통폐합을 단행해 주요 점포 소수만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씨티은행의 국내 점포는 133개로 이 중 100개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것. 남게 되는 점포는 자산관리에 중점을 둔 WM반포와 청담센터 등 센터 11개와 거점 점포 14개 등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영업점 정리 후 남은 직원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기존에 외주와 계약직원들로 구성된 TM 사업을 본사가 챙기고 영업점 정리 이후 남은 직원들 800여 명을 해당 사업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씨티은행은 채권추심을 하는 자회사를 정리하고 해당 사업에 본사 직원들을 배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채권추심 등을 하는 자회사인 씨티크레딧서비스를 정리하고 내부 직원들로 꾸릴 예정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하도록 하는 수순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번듯하게 일하던 직원들더러 갑자기 고객들의 전화를 상대하는 일을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회사에서 나가라는 뜻"이라며 "명예퇴직을 하면 되지만 명예퇴직 때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이 같은 꼼수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650여 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씨티은행은 명예퇴직금으로 2264억원을 쓰면서 2014년 2분기에 당기순손실 7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씨티은행은 명예퇴직자들에게 5년치의 연봉과 1년 간의 자녀 학자금을 제공했다.
씨티은행은 명예퇴직 계획이 없는 상태다. 지난 2014년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도 "향후 3년간 명예퇴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창구 오면 수수료 내라…점포 통폐합 대비하나
최근 씨티은행이 비대면 거래에 집중하고 있어 구조조정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8일 이후부터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 중 총 수신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고객들에게 '계좌유지수수료'로 월 5000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창구 거래에 한해서만 부과되며 온라인이나 모바일 거래만하는 고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창구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만 19세 미만과 60세 이상 고객은 예외로 뒀으며, 3월과 4월 유예 기간을 둔 후 5월부터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국제현금카드 발급 때 5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것도, 비대면으로 신청했을 때는 1만원을 적용하고 있다.
번 돈 절반은 미국 본사 송금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에는 여전히 배당금을 두둑히 챙겨주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기준 배당액으로 우선주 410원, 보통주 360원을 확정했다. 총 배당금은 1145억7900만원으로 전액 미국 본사에 들어간다.
씨티은행은 씨티그룹 산하의 씨티뱅크오버시즈인베스트먼트가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76억원으로 4분기 순이익을 600억원 수준으로 본다면 배당률은 40~50%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번 돈의 절반가량을 본사에 송금하는 것이다.
씨티은행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구조조정설을 일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없다"며 "최근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영업점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지만 결정된 사항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회사를 정리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WM센터 등 지점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단순 지점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이게 구조조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고액 배당금에 대해서는 "씨티은행은 주주가치 제고 및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하여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하여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며 "배당 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과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