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53). '믿고보는 배우'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찰떡같이 잘 맞아 떨어지는 또 한 명의 중년 배우다. 20~30대 꽃미남이 브라운관을 주름잡던 2012년 손현주가 이른 SBS 드라마 '추적자'는 장르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으며 브라운관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몫을 했다.
주가가 치솟은 것도 당연지사. 이후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백운학 감독)' '숨바꼭질(허정 감독)' 등 스릴러 장르물을 줄줄이 흥행 시키며 흥행보증수표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런 그가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사람냄새' 나는 시대 영화 '보통사람(김봉한 감독)으로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작품을 선보인다. 모든 것이 역설적이다. 보통 아닌 캐릭터를, 보통 아닌 배우가, 보통 아닌 연기로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스릴러 장르가 아니다. "전작 때 어떤 기자님이 왜 '스릴러만 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그 때 '코미디 하겠다'고 했다. '보통사람'은 코미디는 아니고 휴먼 드라마에 가깝긴 하다.멜로를 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쪽으로 택했다.(웃음)"
- 멜로는 왜? 김윤석 배우도 하지 않나. "그 양반은 잘 생겼지. 난 아니다. 아슬아슬한 멜로는 생각도 안 하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말도 안 된다. 포기하고 산다. 그래도 숨어서 지켜보는 짝사랑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사랑은 하되 이뤄지지 않는."
- 스릴러 장르를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 "좋아한다. 현실에서는 이길 수 없는 것들을 영화나 드라마니까 이겨 보려고 하지 않나. 작은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만족감을 주고 싶기도 하고. 약한 사람이 맨날 질 수 만은 없으니까."
- 탄핵이 인용됐다. 개봉하기 딱 좋은 시기다. "계획보다 빨라진 것은 맞다. 그래도 비수기다. 내가 비수기 전문 배우다 보니까 시기의 특수를 누려 본 적은 없다. 근데 요즘엔 딱히 비수기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우리만 해도 '프리즌'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같이 붙는다."
- 어떤 작품이 가장 큰 경쟁 상대였나. "'악의 연대기'를 할 때 한국 영화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 좋다. 가 보자'라고 하면서 '그럼 외화는 뭐가 있는데'라고 물었더니 '어벤져스'가 있다고 하더라. 그 다음은 '매드맥스'도 있었다. 그래도 버텼다. 늘 그런 식이라 괜찮다. 하하."
- '보통사람'은 2년을 기다린 작품이라고. 그 사이 70년대에서 80년대로 배경이 바뀌었다. "원래는 연쇄살인마 김대두 이야기를 모티브로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 했는데 여러가지 막힌 상황들이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영화 소재를 선택하는데 있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 그래서 80년대로 우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