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네덜란드 대표팀 소속 투수 릭 밴덴헐크(32·소프트뱅크)가 두산을 상대로 대표팀 합류 전 마지막 실전 점검을 마쳤다. 그는 27일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공 59개를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두산과 소프트뱅크 스피드건에 똑같이 시속 153㎞를 찍었다. 포크볼(141㎞), 슬라이더(136㎞), 커브(122㎞)도 섞어 던졌다.
네덜란드는 대만, 이스라엘과 함께 한국과 같은 WBC 아시아 라운드 A조에 속해 있다. 도쿄 2라운드 진출을 노리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이자 강적이다. 게다가 삼성에서 성공해 소프트뱅크로 건너간 밴덴헐크는 한국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다. 밴덴헐크의 압도적인 투구 내용은 한국 대표팀에는 희소식이 아니다.
일본도 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2라운드에 모두 진출하면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날 이키메구장에는 한국 취재진뿐 아니라 일본 취재진도 여럿 나타나 밴덴헐크의 투구를 관찰했다. 한국 취재진과 밴덴헐크의 인터뷰를 곁에서 듣기도 했다.
두산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직구 비율이 높고 하이볼이 많았다.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하이볼에 (배트가) 따라 나가서 헛스윙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변화구는 커브가 가장 위력적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커브로 범타와 헛스윙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타자들이) 하이볼을 참을 수 있으면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타자보다 좌타자 상대 시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밴덴헐크는 피칭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과 마주했다. 삼성과 한국 야구팬 얘기가 나오자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 그는 "삼성과 한국은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야구선수로서 크게 성장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지금도 많은 한국 팬들이 응원을 보내 주고 있다. 삼성에서 보낸 2년은 매우 소중했고, 아내도 한국에서의 생활을 무척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밴덴헐크는 이 경기를 끝으로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해 본격적인 WBC 준비를 시작한다. 한국과는 다음 달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대회 두 번째 상대로 만난다. 그는 "아직 네덜란드 코칭스태프에게 등판 일정을 통보받지 못해 한국전에서의 등판 여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과 맞붙는 경험은 매우 특별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박석민은 '내 친구'다. 매우 뛰어난 타자들이고, 다른 한국 타자들의 실력도 잘 알고 있다"며 "만약 한국전에 나선다면 옛 동료인 최형우, 박석민과의 승부가 큰 도전이 될 것이다"고 했다.
밴덴헐크의 컨디션이 최고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는 "WBC뿐 아니라 올해 소프트뱅크에서도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계속해서 컨디션은 끌어올리고 있다. 투구 수도 점점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