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첫 경기 상대는 이스라엘이다. 팀당 세 경기만 치르는 1라운드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처음 만나는 상대 선발투수도 중요하다. 이스라엘 투수진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6차례나 10승 이상을 기록한 제이슨 마키(39)다. 하지만 이스라엘 마운드엔 비밀 병기가 있다. 오른손 투수 딜런 악셀로드(32·전 마이애미)다.
브루클린 예선에서 이스라엘은 에이스 마키에게 2경기를 맡겼다. 첫 경기에 41구만 던진 뒤 이틀을 쉬고 최종전에 등판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선 선발투수 세 명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대표팀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투수는 모두 다섯 명. 이 중 두 명은 구원투수다. 악셀로드는 예선전에서 롱 릴리버로 활약한 조시 자이드와 함께 유력한 선발 후보다.
무엇보다 현재 컨디션이 좋다. 악셀로드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LA 샌버나디노 샌마뉴엘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평가전에서 마이너리그 연합팀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WBC를 앞두고 한국 야구를 상대로 첫선을 보인 셈이다. 악셀로드를 상대한 kt 선수단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2이닝 동안 공 34개를 던져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하나를 잡았다. kt 4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한 남태혁은 액설로드에 대해 "커터의 속도와 공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구속은 시속 146km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고 평했다. 이날 3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동욱(개명 전 김동명)도 "변화구가 좋았다. 직구보다는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하는 투수로 보였다. 커터와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들어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커브도 낙차가 컸다"고 말했다.
김진욱 kt 감독도 "좋은 투수"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140km 중반대의 직구와 투심, 슬라이더 등을 던졌다"며 "볼 끝의 움직임이 좋고, 고속 슬라이더가 커터처럼 들어왔다.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볼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현장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본 kt 관계자도 "공 끝이 지저분하다. 경험도 많아서 타자와 타이밍 싸움도 한다"며 경계했다.
악셀로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출신이다. 할아버지가 유대인이라 WBC 규정에 따라 이스라엘 대표팀 합류가 가능했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5년까지 통산 59경기(선발 34경기)에 뛰었다. 통산 성적은 9승15패 평균자책점 5.27. 마이애미 소속이었던 지난해에는 트리플 A 26경기(선발 25경기)에 등판해 9승7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타자에게 유리한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다. 24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리그 투수 15명 중 5번째로 평균자책점이 낮았다.
선발과 구원 두 분야 모두 경험이 풍부하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맡을 수 있다. 싱커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채롭게 던진다. 시속 140km 안팎의 스피드로 던지는 커터가 트레이드마크다. 간간이 던지는 커브(통산 피안타율 0.222)도 위력적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3개로 컨트롤도 좋다.
미국 야구에서 악셀로드의 약점은 직구 스피드. 지난해 평균 스피드가 시속 140km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개 시속 138~145km가 찍힌다. kt와의 평가전에서 2월 중순에 시속 146km를 기록했다면 지금 100%에 가깝게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대표팀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가장 화려한 투수는 마키, 그다음으론 11시즌을 뛴 구원투수 크레이그 브레슬로우다. 하지만 두 선수의 역할은 선발과 구원으로 사실상 고정돼 있다. 악셀로드는 선발 등판이 유력하지만 이스라엘이 일단 승기를 잡으면 구원으로도 등판할 수 있다.
악셀로드는 2016시즌 뒤 프리에이전트가 됐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지만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WBC 무대에서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만큼 최고의 피칭을 할 동기가 있다. 메이저리그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악셀로드는 메이저리그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던 투수"라며 "구위가 뛰어나진 않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선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