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개막 이후 25경기(총 35경기) 만에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5년 연속 정상이자 역대 최소 경기 우승 기록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쉴 틈이 없다. 일찌감치 정규 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승률 신기록 달성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2016~2017시즌 삼성생명 여자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베테랑 임영희(16득점)의 활약을 앞세워 67-60으로 승리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승리로 29승2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의 승률은 93.5%가 됐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33승2패(94.3%)로 단일 시즌 최고 승률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종전 여자 프로농구 최고 승률은 2008~2009시즌 신한은행이 세운 92.5%(37승3패)다. 이 수치는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높은 승률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고전이 예상됐다.
개막을 앞두고 주전 가드 이승아(25)가 임의 탈퇴한 데다 대체자 이은혜(28)도 부상으로 쓰러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 양지희(33)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빠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 득점 1위 쉐키나 스트릭렌(26·미국)을 대신해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입단한 존쿠엘 존스(24·바하마)는 올 시즌 최장신이라는 것 외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우리은행 위성우(46) 감독 역시 개막 전부터 "올 시즌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번에도 '우리 세상'이었다.
존스는 경기당 평균 득점 2위(15.7득점), 리바운드 1위(13.1개), 블록슛 1위(2.8개) 등 공수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을 차지했고, '에이스' 박혜진(27)과 '맏언니' 임영희(37)는 각각 어시스트 1위(5.1개)와 4위(3.9개)에 오르며 지원했다.
정규 리그 확정 뒤에도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당초 위 감독은 이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승률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말이 무섭게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청주 KB국민은행전에서 2차 연장 접전 끝에 시즌 2패째를 당했다. 이 때문에 신기록 달성도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다시 파죽의 5연승을 거두며 대기록 가능성에 성큼 다가섰다.
뒷심의 비결은 '조직력'으로 평가된다. 위 감독은 "올해는 노장 임영희와 외국인 선수 존스 정도만 휴식을 주고 젊은 20대 주전급들은 지속적으로 기용했다. 주전들을 대거 쉬게 했던 예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다. 그는 "그동안 우승 후 패배가 많아지며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챔피언결정전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농구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역대 최고 승률을 향한 마음은 비웠다.
위 감독은 "주변에서 승률 얘기를 하면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욕심은 없다"면서 "우리 선수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우승을 많이 하다 보니 기록 때문에 긴장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어 "대신 챔피언결정전은 확실히 준비할 것이다. 올해도 '우리'가 우승"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