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부재' 파워는 대단했다.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 예능 판도를 바꿔 놨고 전체 비드라마 부문의 화제성 순위에 변화가 일어났다. '무도' 제작진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시청자에겐 '무도'가 있고, 없고의 큰 차이를 느끼게 한 한 달이었다.
광고 매출 줄고 시청률·화제성은 동시 하락
'무도'의 7주 재정비 결정은 1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제작진과 출연진을 향한 배려다. 프로그램의 롱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MBC 예능국 40%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도'인 터라 결방은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본방송은 물론 재방송까지 광고 완판을 기록하는 '무도'의 빈자리는 광고 매출에 영향을 줬다. 회당 40개의 광고를 모두 완판하는 '무도' 대신 3부작으로 방송됐던 파일럿 예능 '가출선언-사십춘기'의 경우 광고 판매율이 절반에 그쳤다. 18일부터 방송은 '무도' 레전드 편으로 꾸며지고 있지만 본방송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마찬가지였다. '무도'는 토요일 메인 프라임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놓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굳건한 고정 팬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 동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 중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민예능' 타이틀이 달린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무도'가 재정비에 들어간 후 예상대로 한 자릿수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십춘기'는 1회 6.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2회 5.7%, 3회 6.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도' 레전드 첫 회는 8.9%를 찍었다. '무도'가 자리를 비우자 지상파 예능은 화제성에서 설 자리를 잃었고 JTBC '아는 형님' '썰전'의 활약만 더욱 두드러졌다.
'무도' 외 대책 없다는 방증
'무도'의 빈자리를 3주 동안 대신한 건 권상우와 정준하의 무계획 가출기를 다룬 '사십춘기'였다. 20년 지기 절친인 두 사람이 낯선 공간에서 겪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예능이었다. 소소한 재미를 줬다. 예능엔 일회성 게스트로밖에 출연한 적이 없는 권상우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신선하게 다가왔다. '권상우의 재발견'이라는 평 속에 막을 내렸다. [사진=정준하 인스타그램] 하지만 심야 시간대 편성을 노리고 만든 프로그램이었기에 주말 메인 프라임 시간대에 빅웃음을 전해 주기엔 쉽지 않았다. 게다가 고정 팬층이 두꺼운 '무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안방 공략이 만만치 않았다. '무도'의 빈자리가 크다는 건 그것을 대신할 만한 대책이 없다는 증거기도 하다. MBC 예능국 내에서 '무도' 재정비 7주를 결정했지만 공백을 성공적으로 채우진 못했고 이를 대신할 영향력 있는 평일 예능도 없었다. 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중 새로움이나 도전적 정신이 발휘된 사례 역시 없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래저래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무도' 이외에 뭔가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예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대하는 점이 많다. ''무도'를 봐야 뭔가 새로운 걸 하는구나!' 싶은 것이다. 현재 주말 예능 프로그램도 그렇고 주 중 예능도 거의 죽어 있다. 그래서 '무도'가 없는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