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이번 겨울을 뜨겁게 보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붙잡았고,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지난해 15승+200이닝을 기록한 헥터 노에시와 재계약하고, 새 외국인 선수 팻 딘(투수)과 로저 버나디나(외야수)를 데려오는데 345만 달러(약 41억원)를 썼다. 이런 엄청난 투자에 '우승 후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김기태(48) KIA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전력구상에 몰두 중이다. 투·타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평가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20일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와 평가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 "감사하다"고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워내고 있다. 그는 "부담감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복(福)이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다음은 김기태 감독과 일문일답.
- 스프링캠프가 반환점을 돌았다.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만족스럽다. 기량이 성장한 선수가 여럿 있다. 최근 평가전에서 연패를 당하고 있는데, 결과보다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캠프 초반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훈련하기 딱 좋은 날씨가 계속 됐다."
- 새 외국인 선수의 기량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
"새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는 잘 뛰고, 수비가 매우 좋다. 어깨가 정말 강하다. '외국인 선수는 선구안이 나쁘고, 공격적이다'라는 편견을 깨줬다. 시차 적응을 마치고, 컨디션을 회복한 뒤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으로 봤을 때 183~184cm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키가 진짜 크다. 190cm가 넘는 것 같다. 팻 딘은 현재 불펜 투구를 소화 중이다. 실전에서 어떤 투구를 하는지 봐야 한다. 인성과 적응 면에서는 훌륭하다.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다."
- 최형우·버나디나 영입으로 이제 외야는 한 자리만 남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길과 노수광·김호령·서동욱 등 여러 선수가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 노수광의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우익수는 확실한 주전이 없다. 캠프 평가전과 시범경기가 끝나면 주인이 가려질 것 같다. (김호령은 스스로 2군을 다녀왔는데 성과가 있는지) 본인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 전력이 강화됐지만, 경험이 적은 포수가 약점으로 꼽힌다.
"이홍구와 한승택이 있다. 풀타임을 소화해주면 좋겠지만, 확률은 낮다. 공존의 방법을 찾고 있다. 둘 다 캠프에서 한 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 백용환은 전반기까지 힘들다고 봐야 한다. 부상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속상하다. 하체의 힘이 많이 빠지면 그런 부상을 입는다. 축구에서 발과 발이 동시에 만나면, 꼭 공은 기량이 더 좋은 사람에게 간다. 순간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그를 하려다 다친 백용환도 같은 케이스라고 본다."
- 안치홍과 김선빈, 키스톤콤비가 시즌 시작부터 가동되는데.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둘은 가만히 두면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 김선빈은 살을 빼면서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안치홍은 최근 타격감이 매우 좋다.(안치홍은 이날 요코하마 평가전에서 2루타 포함 2안타를 때려냈다) 타순 배치가 고민인데, 최상의 조합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 작년 이 시기와 비교하면 평가가 많이 다른데. 부담되지 않나.
"작년 생각하면…올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는 감사할 뿐이다. 부담감은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지난 두 시즌을 생각하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참…부담감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복(福)이지 않겠나(웃음)."
- 캠프가 잘 돌아가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있을텐데.
"마무리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신예 선수들의 성장이 조금 더디다. 지금 배팅 훈련을 하고 있는 류승현은 마무리캠프에서 정말 잘했다. 그런데 오키나와 캠프에서 기가 눌렸는지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캠프가 얼마나 중요한데. 박찬호 JTBC 해설위원이 왔을 때 신인 김석환을 불러 인사를 시켰다.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라고 하니 잘 하더라.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팀 전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올해의 이야기 뿐이다. KIA는 내년, 내후년도 야구를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 새 주장으로 김주찬을 선임했는데.
"너무 잘해주고 있다. 내가 선임한 건 아니다. 선수단이 이미 김주찬을 새 주장으로 뽑기로 의견을 모았더라.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즌일텐데 어려운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 이제는 리더십이 평가받고,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김주찬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친구 이범호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 WBC에 주력 선수 3명(양현종·최형우·임창용)이 출전하는데.
"건강하게 잘 마치고 오라고 당부했다. 이번 대표팀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만큼 잘 해낼거라 믿는다.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멤버가 많지 않은가. 나도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달아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코치로 참가했다.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경험상으로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제대로 붙어봤으면 좋겠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 부담이 되겠지만, 분명 어드밴테이지도 있다. 캠프를 마치고 3월9일 귀국하는데,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으면 좋겠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