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차기 행장 후보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단독 추천됐다. 남은 절차와 상관 없이 사실상 차기 신한은행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신한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되는 등 자격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위성호, 사실상 차기 신한은행장
7일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위 사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남은 것은 8일 신한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가부 결정과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승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의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주에서 단독 후보를 내놓은 것은 내정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위 사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데는 그 동안 신한카드 실적을 높게 끌어왔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신한카드 사장으로 있으면서 꾸준히 실적을 올려왔다.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4년 6352억원으로 전년인 2013년 6581억원에 비해 229억원(3.5%) 소폭 줄었지만, 2015년에 6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96억원(9.4%)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326억원으로 2015년 같은 기간에 5215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111억원(2.1%)이 증가했다.
카드사 점유율도 25%대까지 끌어올리며 경쟁사인 KB국민카드(17.5%), 삼성카드(15.2%), 현대카드(12.8%)를 멀리 따돌렸다.
신한사태·위증 혐의 피소…자격 논란 계속
하지만 위 사장의 자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위 사장의 차기 은행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금융정의연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위 사장을 위증 및 위증 교사죄로 고발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위 사장이 지난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의 핵심 인물로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범죄 혐의를 은폐하는 것을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사태는 신한금융지주 내 권력 다툼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신한사태는 라 전 회장이 신 전 사장을 제치고 이 전 은행장을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룹 전체가 분열되는 사태까지 이르렀고 결국 라 전 회장 등 경영진 3명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당시 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공보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라 전 회장을 대변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위 사장이 라 전 회장을 돕기 위해 신한사태의 진상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위 사장은 지난 2009년 박연차 사건 때 라 전 회장을 위해 사용했던 변호사 수임료 2억원이 신 전 사장을 위한 것이라고 법원에서 거짓 증언했다"며 "신한사태 수사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지만 이를 위증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5일 "신한은행은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후보들 역시 각종 의혹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위 사장이 최근 신한금융지주 회장직 후보로 나온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애초에 차기 은행장을 노리고 후보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종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용병 은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며 "나는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후보직을 돌연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