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흩날리는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 앞. 현지시간 10일 오전 일찍부터 각국의 수많은 언론이 이곳에 집결했다. 바로 전날 밤늦게까지 FIFA 시상식이 열렸지만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날 열리는 FIFA 평의회 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안건은 바로 월드컵 본선 출전 국가 수 조정. 현재 32개국에서 2026년부터는 48개국으로 16개국을 확대하는 결정이 이날 FIFA 본부에서 결정됐다. 유럽 구단들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회의 결과는 만장일치였다. 이로써 1998년 프랑스 대회 때 종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확대된 이후 19년 만에 다시 한 번 출전국 숫자가 바뀌게 됐다. 경기 수 역시 3-4위전 포함 총 40경기에서 64경기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공약이었다. 선수 차출을 꺼리는 유럽 구단들의 꾸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판티노 회장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본선 진출국 확대에 성공했다. 물론 유럽 현지 팬들이나 언론의 의견은 분분하다.
잉글랜드에서 온 한 기자는 “32개국으로 운영되는 현재시스템이 좋은 것 같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스코틀랜드협회는 48개국으로 확대되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 월드컵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많은 국가들이 확대에 찬성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확대로 결정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점치기도 했다.
본선 진출국 48개국 확대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각국 취재진.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반가움과 우려가 뒤섞여 있다. 이 기자는 “다양한 국가에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월드컵의 수준이나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현지에서 만난 스위스팬 역시 “32개국의 현재 룰이 좋다고 생각한다. 48개국이 참여하면 수준이 떨어질 것 같다. 4년을 4기다려야 볼 수 있는 대회인데 수준 높은 경기를 보고 싶다”며 확대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컵 본선 확대가 FIFA의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 온 기자는 “48개국으로 확대해서 기회를 여러 국가에게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FIFA 순위가 낮은 국가들도 월드컵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세계적으로 축구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참가하는 국가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약한 국가들에게도 희망이 생기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전드들의 의견도 갈렸다. 마라도나는 확대에 찬성한 반면 카를로스와 카푸는 확대에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FIFA가 48개국 확대 출전으로 결론내리라고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FIFA가 48개국 확대 출전을 결정하자 현장에서 대기하던 많은 취재진은 "예상대로 됐다. 결정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