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6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12월 13일 첫 소집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훈련기간 몸 관리는 물론 사생활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주기 바란다." 대표팀 전력에 대한 고민이 배어있는 당부였다.
2017 WBC 대표팀은 앞선 세 번의 WBC 대표팀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극이 됐을까. 대표선수들은 벌써부터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해외 개인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KIA 최형우는 지난 18일부터 괌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의 '100억원 FA' 선수다. 내년 시즌에 대한 부담은 크다. 하지만 처음 발탁된 국가대표팀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는 "괌에서 '지옥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국 전부터 "배트를 안 잡은 지 두 달이 넘었다. 근육이 다 풀리는 느낌"이라며 "빨리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바 롯데에서 퇴단한 이대은도 27일 최형우와 함께 괌으로 출국했다. 구슬땀을 쏟고 있다. 경찰 야구단에 최종 합격한 그는 4주 신병훈련을 앞둔 터라 몸 만들기에 더 여념이 없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WBC를 준비해야된다. 요즘도 캐치볼을 하는 등 몸은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상태다"며 "(훈련소 퇴소 전까지) 최대한 몸을 만들어 놓고 나와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이어 두 번째로 다는 태극마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를 위해 '국가대표 선수에 한해 해외파 2년 퓨처스경기 출장 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결정도 했다.
오랜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한화 김태균도 송창식, 김경언과 사이판에서 함께 훈련 중이다. 김태균은 내년 1월 10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LG와 4년 FA 계약을 한 차우찬 2017년 1월 초 괌, LG에서 삼성으로 FA 이적한 우규민은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무릎 수술 여파로 WBC 참가 여부가 불투명한 한화 정근우 역시 1월에 사이판 혹은 일본 오키나와로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비활동기간(12월 1~1월31일)까지 길어짐에 따라 몇몇 선수들도 추가로 해외 개인 훈련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WBC를 준비하기 위해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팀은 2월 중순부터 연습 경기를 갖는다. KBO는 국내팀, 일본 프로팀, 상무 야구단, 경찰 야구단 등과 7~8경기의 연습 경기를 잡아놓았다. 3월 초에 시작되는 WBC에선 최상의 컨디션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예년보다 좀 더 빨리 몸을 만들려 한다.
WBC 대표팀은 본격 출범도 전에 악재가 터졌다. 김광현, 이용찬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또 음주 상태로 추돌 사고를 낸 강정호(피츠버그)는 교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등은 참가 여부가 불확실하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들은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무장한다. 이대은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같이 운동하면 각오가 달라진다.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2루수 서건창은 "중요한 대회인 만큼 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 예년보다 비활동기간을 잘 보내야겠다"고 전했다. 투수 임정우도 "막상 대표팀 선배들을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무대다. 감독님 당부처럼 몸 관리와 사생활 관리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