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은 14년 간 한국땅을 밟지 못했다. 공판 기일마다 매번 수많은 댓글로 질타를 받지만 한국땅을 밟고자함은 여전히 간절하다.
유승준은 지난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이 면제됐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유승준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승준에 대한 당시의 조치는 2016년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유승준은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을 걸었지만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 대해 "국방의 의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승준과 법률대리인은 고심 끝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유승준의 사증발급거부 취소 소송의 항소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유승준 측이 계속해서 항소하는 이유를 법률 대리인 윤종수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들어봤다.
▶ "무기한 입국금지, 왜 유승준에게만 해당되나"
22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유승준 측은 "원심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항소를 신청한다"며 "입국금지가 전제돼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을 해줄 수 없다는 피고 측의 주장과 이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이유를 피력했다.
이어 "이미 14년 반이나 지났는데, 입국금지가 계속 지속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 입국금지가 왜 무기한이며,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항소를 통해 법의 판단을 듣고자 한다"며 "원심에서는 당시(2002년) 기준으로만 판단되고 있는데, 현재(2016년)까지 그 기준이 적용되는지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당시 유승준을 취재했던 기자와 병무청 직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A총영사관 측은 "시간이 지났더라도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다시 판단한다면 그 자체에 대한 정당성과 상당성을 흔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뭘 해도 욕먹는 건 마찬가지"
유승준은 내년 2월이 되면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지 15년이 된다. 유승준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보면, 누군가의 입국 금지가 14년 째 계속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유승준 측은 입국 금지 처분이 14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에 못 들어오는 게 법률 측면에서 맞는 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입국 금지에 대한 기한은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바 없다. 관련 기관에 내부적 지침이 있지만, 결정권의 소재가 모호하다. 유승준 측은 이런 법리적인 문제를 따겠다는 입장이다.
변론이 끝난 뒤 유승준 측 윤 변호사는 "법정에서도 언급했지만, 왜 14년 간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투어야한다. 병역기피와 관련해서도 객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유승준은 1심에서 패소하고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끈질긴 변호사들의 설득에 다시 한 번 법적 공방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윤 변호사는 "유승준은 지금 어떤 일을 해도 욕을 먹는다. '잘못했다'고 말해도 '뻔뻔하다'고 하고, '차분하게 판단해달라'고 말해도 '가치없다'고 말한다. 그 점이 힘들다. 본인은 더욱 힘들어한다"며 "이제 항소심 1차 공판을 가졌다. 앞으로 어떻게 공판이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