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수장 교체기를 맞아 시끄럽다. 당장 차기 은행장 선임이 임박한 IBK기업은행은 외부의 인사 개입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3월께 차기 수장을 뽑아야 하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도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은행 외부 인사 개입 논란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오는 27일 임기가 만료된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김규태 전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행장 후보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서는 내부 인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부정 인사청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이득준 큐브인사이트 회장이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저녁 자리를 가지고 인사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이득준 회장이 사업 유지를 명목으로 행장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측은 옥외시설물 제작회사인 큐브인사이트가 기업은행의 ATM-공중전화 결합부스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이득준 회장이 차기 행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
기업은행의 ATM-공중전화 결합부스 사업은 실패한 사업으로 꼽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전국 공중전화 2000대에 ATM을 설치하는 사업을 했지만 146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정찬우 이사장이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당시 금융권 인사개입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큐브인사이트는 기업은행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전부인 상황이라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행장 인사에 개입하는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도진 기업은행 부행장이 정찬우 이사장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이득준 회장과 만났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한, 회장 자리 놓고 2파전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 한동우 회장 임기 만료를 비롯해 대규모 인사 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회장직과 함께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임기가 끝나는 서열 2위 조 행장과 서열 3위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2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과 위 사장은 지난해에도 신한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라인인 위 사장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행장이 승리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지난 2010년 내분 사태인 '신한사태'에 대한 부담감으로 상대적으로 중립 진영에 있는 조 행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회장이 되지 못한 사람은 금융계 관행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동우 회장이 1년 넘게 재직하지 않고 있다가 회장에 오른 만큼 두 사람 이외의 인사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하나도 새 행장 경쟁 예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내년 3월 행장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4전5기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21.4%로 줄면서 정부 입김도 다소 줄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우리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며 "예보는 차기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이 행장이 '서금회' 출신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으로, 이번 정부의 금융권 낙하산 논란의 진앙지로 꼽히는 곳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큰 무리 없이 연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통합은행 출범 이후 지난 6월 구 하나와 구 외환의 전산통합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 임기가 2018년 3월까지라서 당장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다른 은행들도 기업은행처럼 임기말이 다가올수록 잡음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