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 축구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축제의 장' FA컵 결승전이 '그라운드 위 폭력'으로 빛이 바랬다.
프로축구 최고 라이벌인 수원 삼성과 FC 서울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FA컵 결승 1차전을 치렀다. 명가들의 맞대결이라고 해서 '슈퍼파이널'이라고 불린 이번 1차전은 올 시즌 수원 홈 경기 최다관중인 3만1024명을 끌어모았다.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양팀 선수들도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는 등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문제는 경기 막판인 후반 40분에 일어났다. 서울이 1-2로 뒤진 가운데 서울 골키퍼 유현(32)이 수원 미드필더 이종성(24)을 가격한 것이다. 수원 염기훈이 올린 코너킥을 오른손 펀칭으로 간신히 걷어낸 유현은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이종성의 오른쪽 광대뼈 부위를 오른 손바닥으로 힘껏 밀어쳤다. 이종성이 그 자리에서 얼굴을 움켜쥐며 쓰러질 만큼 강한 강도였다. 이종성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일반 프로축구 경기보다 부심이 3명 더 투입된 6심제로 진행됐지만 '사건'을 목격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주심은 사건이 벌어지고 10초 이상이 흐른 뒤에야 경기를 중단시켰다. 게다가 유현은 경고를 받지 않았다.
경기 뒤 이종성은 "코너킥 상황에서 스크린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었는 데 갑자기 맞았다"면서 "쓰러져 있는 데 (유현 선수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유현 가격 영상'을 접한 축구팬들은 분개했다. 이들은 유현의 행동은 "명백한 폭행"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댓글에서 "이건 충돌이라고 볼 수 없다"며 "누가 봐도 폭행"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팬은 "UFC서울"이라며 축구를 종합격투기에 빗댔다. 팬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다. 네티즌들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며 "반드시 사후 징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인들의 생각도 팬들과 같았다. 프로 출신 한 축구 관계자는 "두 선수가 친하다거나 사과를 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경기인의 눈에도 사후 징계 대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축구인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강력한 징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해외 리그를 경험한 한 축구인은 "유럽처럼 한국도 해당 선수에게 협회·연맹·구단 차원에서 벌금을 많이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 필요하다"며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인성 문제인데 단순히 교육을 통해서 고쳐 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A컵을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축구협회는 28일 "FA컵 결승이 열리기 전인 이번 주중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릴 전망"이라며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2차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결정인 내려질 수도 있다"고 했다.
올 시즌 더블(정규리그·FA컵 우승)을 노리는 서울은 적신호가 켜졌다. 1차전에서 골을 넣은 주세종이 이미 부상을 당한 가운데 유현마저 빠지게 되면 2차전에 나설 선수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슈퍼파이널 2차전은 다음 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피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