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16일 인천에 제재금 500만원과 조건부 무관중 홈경기 1회 개최 징계를 내렸다. 인천은 프로축구연맹의 규정과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말 못 할 사정도 있는 눈치다.
내용은 이렇다. 인천은 지난 5일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수원 FC와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이 경기는 승패에 따라 잔류와 강등을 결정짓는 '단두대 매치'로 불렸다. 이기형(42) 감독대행을 앞세운 인천은 수원 FC를 1-0으로 꺾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문제의 상황은 그 직후 발생했다.
인천 서포터즈는 팀 승리가 확정된 순간 너 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환호했다. 인천의 상징색인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땀 흘려 싸운 선수들을 격려하고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앞서 인천은 이번 시즌 내내 부침을 겪었다. 전·현직 선수들의 체불 임금 소송과 안팎의 비리 루머 등으로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팀 성적도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전전했고, 결국 김도훈(46) 전임 감독이 경질됐다. 구구절절 풀기도 힘든 사연이 많기에 서포터즈의 그라운드 진입이 불쾌하기는커녕 감동스러웠다는 평이 많았다.
이 감독대행은 "사실 선수단을 챙기느라 팬들이 그라운드로 내려오는 걸 몰랐다. 뒤늦게 보고 정말 감동했다. 자칫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걸 알면서도 팬 여러분의 사랑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구단주 유정복(59) 인천시장 역시 서포터즈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울컥했다'는 후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규정 제35조(경기장 안전과 질서유지)를 통해 '홈 클럽은 관중의 안전 및 질서 유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맹은 이를 기준으로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할 경우 징계를 내리고 있다.
상벌위원회는 이번 인천의 '무관중 홈경기 징계' 결정에 앞서 "팀의 잔류를 순수하게 기뻐하는 팬들의 애정에서 나온 행동이나 지난 4월 9일 취객이 인천축구전용구장에 난입하여 경고 공문이 조치된 점과 해외 유사 사례 등을 참작하여 안전사고 우려 및 재발방지 차원에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조건부 무관중 홈경기'는 향후 1년 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 면제되기 때문에 재발만 안 되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김석현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은 이날 "연맹의 규정과 입장을 잘 알고 있다. 또 인천의 사정만 봐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도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도 걱정거리는 있다. 김 단장은 "팬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려면 펜스나 그물망으로 막아야 한다. 그러면 시야가 막혀서 (팬의) 관전에 방해가 된다"며 "매 경기 안전요원을 수없이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우발적으로 한두 명이 나오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력 사태나 음주가 없었다면 보다 유연한 징계를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인천의 입장이다. 김 단장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그라운드 진입 건은 축하의 의미였다"며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연맹이 운영의 묘를 발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다음 회의 때 연맹 측에 건의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