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000년 신인왕. 통산 75승과 41세이브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딱 13경기 등판에 그쳤다. 올해는 1군 등판 기록이 전무하다. 항간엔 '친정팀 SK에서 코치를 시작한다'는 말도 있었다. SK 재활코치를 맡게 된 동명이인 이승호(40)와 헷갈렸던 탓이다. 그는 "야구 쪽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진로는 정해진 게 없다.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 신인왕,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한국시리즈 우승 등 여러 영광의 순간을 겪었다. 2011년 시즌 뒤엔 롯데와 4년 24억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수술을 받았던 왼쪽 어깨가 회복되지 못했다. 1년 만에서 롯데에서 NC로 이적했고, 올해는 친정 SK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시즌 마지막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마운드를 밟진 못했다.
-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집에서 쉬고 있다. 특별한 계획이 잡힌 게 없어 일단 머리를 식히면서 쉬고 있다."
- 은퇴가 실감나나. "처음에는 몰랐다. 지금은 실감이 난다. 한 달 넘게 쉬다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 선수로는 훈련이 일상이었다. 쉬는 게 낯설다.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답답하더라.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 올해 1군 등판을 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1군에서 뛰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SK로 돌아와서 많은 보탬이 되고 싶었다. 친정팀이라서 마음이 편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프로 첫 세이브를 올렸을 때와 2008년 한국시리즈를 우승했을 때다. 2008년 기억이 많이 난다. 2007년 우승 때는 재활 중이라 많이 뛰지 못했다. 롯데나 NC 팬들에게는 미안함 마음이 크다.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SK로 돌아와서는 팬들이 2군 경기에 와서 많이 응원해주셨다. 다 기억이 난다."
- 롯데에서 1년 만에 이적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아예 생각 못했다. 4년 FA 계약을 했으니까. 1년 만에 NC로 갈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팀을 옮기면서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시간이 좀 걸렸다."
- 2001년에는 220⅔이닝(14승14패 2홀드 평균자책점 3.55)을 던졌다. "성적을 떠나서 진짜 많이 던졌다. 2년차 시즌이었는데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를 벗어났다. 기억에 남는 시즌 중 하나다."
- 결국 부상이 발목을 잡았는데. "재활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2006년에 받은 어깨 수술도 최대한 재활로 이겨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어렵게 수술 결정을 했다."
- 은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까지 1군 무대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 평가에 수긍했다."
- 그게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SK를 비롯해 여러 팀을 뛰면서 운동에 대해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 선수 생활의 끈을 놓는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마음이 지친 것도 있다."
- 향후 계획은 있나. "야구 쪽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기사를 제대로 못 보신 분들이 'SK 코치가 됐다'고 축하인사를 하더라. 많이 헷갈려 하시는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