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던 tvN 콘텐트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작임을 강조하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콘텐트들이 대다수 1% 전후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간의 히트작을 곱씹으면서 전성기를 자축했던 개국 10주년 시상식이 무색해질 정도다.
◆예능은 소수점, 드라마는 1%대
현재 방송 중인 많은 tvN 예능프로그램들은 소수점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스터 셰프'를 만든 글로벌 제작사 엔데몰샤인 그룹과 합작, 역대급 제작비 투입, 총 상금 1억원의 스케일 등 tvN이 만반의 준비를 거쳐 내놓은 '소사이어티 게임'은 30일 방송된 3회(0.714%,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부터 시청률 1%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예능 인력소'·'노래의 탄생'·'리바운드'는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예능 인력소'는 김구라·이수근 등 베테랑 예능인들이 다수 포진된 프로그램. '노래의 탄생'엔 윤상·윤도현 등 한 자리에 다 모으기도 힘든 뮤지션들이 다수 출연 중이다. '리바운드'는 CJ E&M 미디어콘텐츠 부문 이덕재 대표가 직접 "'무한도전' PD도 시샘할 아이템"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세 프로그램 모두 방송을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시청률 1%를 돌파한 적 없다.
예능이 소수점이라면 드라마는 1%대다.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월화극 '막돼먹은 영애씨15'는 7일 방송된 3회 1.882%의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방송가 일각에선 "언젯적 영애씨"라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조진웅·서강준 등 화려한 캐스팅에 홍보비만 몇 억 들었을 금토극 '안투라지'는 5일 전파를 탄 2회에서 1.162%를 기록했다. 그 사이 시청자의 시선은 '믿고 보는 tvN 드라마'에서 'tvN 드라마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로 변했다.
◆예능국, 자체 인력 육성 실패 '리바운드'는 tvN을 비롯해 Mnet·XTM에서 동시 방송된다. CJ E&M이 온 힘을 다해 '밀어주는' 예능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전폭적 지원은 '리바운드'가 CJ E&M을 이끌어갈 주니어 PD들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덕재 대표는 '리바운드'는 CJ E&M의 주니어 PD와 마케터가 낸 아이디어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며 파격 편성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니어 PD들이 만들어낸 '리바운드'는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렇듯 tvN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항상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tvN이 믿을 건 나영석 PD 뿐이라는 것이다. 나 PD의 '삼시세끼 어촌편3'만이 유일하게 1%가 아닌 10%의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나 PD 예능의 '나홀로 선전'은 tvN의 자체 제작진 육성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 방송관계자는 "tvN이 나 PD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시청률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육성 중인 주니어 PD들이 실력을 발휘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드라마국, 숨 고른 후 역전 노린다 드라마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역전의 기회가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15'·'안투라지' 모두 1, 2주차 방송을 마쳤을 뿐이다. '안투라지' 관계자는 "캐릭터 설명을 끝낸 후 3회부터 본격적인 갈등이 등장하고, 5회 정도 되면 시청률 반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전화위복을 자신했다.
이 뿐 아니다. 드라마국은 괜찮은 카드를 여럿 갖고 있다. '또 오해영' 송현욱 PD의 차기작 '내성적인 보스'와 '나인' 김병수 PD·'미생' 정윤정 작가가 뭉친 '하백의 신부'가 캐스팅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도 8부작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연말 기대작 중 하나인 '도깨비'는 드라마국이 가진 최고의 카드다. '로코 마스터'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 이응복 감독을 비롯해 공유·이동욱·김고은이 의기투합한다. 반 사전제작으로, 쪽대본을 방지하면서도 사전제작 못지않은 퀄리티를 추구한다. 제작사 화앤담픽쳐스의 윤하림 대표는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 이전부터 기획,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신선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 tvN 콘텐트 최근 방송분 시청률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
소사이어티 게임 0.714% 예능인력소 0.665% 노래의 탄생 0.581% 리바운드 0.4% 막돼먹은 영애씨15 1.882% 안투라지 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