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은행권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딸에게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먹구름에 천둥·번개가 치고 있다. 최씨 일가에 수억원의 대출을 해준 KB국민은행과 경제당국 마비로 민영화 추진에 악재를 만난 우리은행에는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특혜 대출' 의혹 하나은행 '먹구름' 잔뜩
'최순실 게이트'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은행은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이들 모녀의 자금 이동에 도움을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당시 19살이었던 정씨에게 강원도 평창 일대의 땅 23만㎡를 담보로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해 25만유로(약 3억2000만원)를 대출해줬다. 지급보증서를 이용한 것은 송금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대출 금리도 논란이다. 정씨가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받은 담보대출 금리는 0.5% 전후로 알려졌다. 국내 담보대출 금리가 보통 연 3%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낮은 수준인 것이다.
학생 신분인 정씨가 억대 수준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한 승마협회의 도움이 작용했다. 이 승마협회는 휴학생 신분인 정씨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했고 하나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대출을 해준 것이다.
이 때문에 신분 확인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거액의 대출을 해준 하나은행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 금리 자체는 현지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급보증서를 발급 받은 경위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대출을 해준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의 초고속 승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모(55) 전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최씨 모녀에게 대출을 해준 뒤 귀국 후 한 달 만에 글로벌2본부장을 승진했다. 최씨 모녀에 특혜 대출을 해준 대가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하나은행은 정씨와의 거래가 일반적인데다 특혜를 준 사실은 전혀 없다며 해명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 받은 고객은 총 6975명이고 이 중 개인 고객은 802명으로 11.5%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모 전 독일법인장의 승진에 대해서도 "해외 근무 경력이 풍부하고 우수한 영업 실적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을 감안해 임원으로 선임됐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나은행은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우리은행 '대체로 흐림'
국민은행도 최순실 게이트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에게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을 담보로 5억원의 대출을 해줬다는 사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또 최씨가 귀국한 이후 검찰 조사를 받기 전까지 거액의 현금을 찾았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최씨는 서울 시내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을 직접 찾아 현금을 인출해갔다.
최순실 게이트로 경제당국이 마비가 되자 민영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은행에도 불똥이 튀었다. 지금까지 우리은행 민영화를 진두지휘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갑자기 내정되면서 사실상 금융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는 민영화 시도가 올해로 다섯 번째로 이번만큼은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라는 외부 요인으로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이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후 후임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끝까지 챙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영화는 워낙 큰 문제인데다 해외 투자자들도 엮여 있어 국내 사안 때문에 큰 차질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임 위원장 이후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국 자체도 불안정한 만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