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5타수 3안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발'로 연장 혈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11회 선두 타자로 나선 허경민은 바뀐 투수 임창민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김재호의 행운의 안타 때 2루를 밟았다.
허경민의 '발'은 이때부터 빛났다. 박건우의 좌익수 뜬공이 나오자 3루를 향해 뛰었다. 타구가 짧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출발해 3루에 안착했다. 허경민의 주루에 1루 주자 김재호까지 2루를 훔쳤다. 오재원이 고의 볼넷을 얻어 1사 만루 기회가 됐고, 오재일이 우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렸다. 허경민은 타구가 잡히자마자 홈으로 내달렸다. NC 우익수 나성범의 강한 어깨를 감안하면 홈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허경민의 발이 빨랐다. 짜릿하 끝내기 득점. 허경민은 대기 타석에 있던 김재환을 끌어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허경민은 지난해부터 '가을 사나이'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KS까지 14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23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다시 가을이 되자 그의 DNA는 '꿈틀'거렸다. KS 1차전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밝힌 김태형 감독을 만족시키는 활약이었다.
허경민이 결승득점을 올리고 있다. IS 포토
그러나 활약에 비해 올해도 상복은 없다. 팀 내 최다 3안타에 결승 득점, 호수비까지 '만점' 활약을 펼쳤지만, 경기 MVP는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투수 니퍼트의 몫이었다. 허경민은 지난해 KS에서 19타수 9안타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시리즈 MVP는 KS 5차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은 3점 홈런을 날린 정수빈이 차지했다.
아쉬울 법 했지만, 허경민은 웃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MVP 욕심은 전혀 없다"며 "오랜 만에 치르는 실전이어서 경기에 집중하려는 생각 뿐이었다. 부담도 조금 있었지만, 내가 못하면 뒤에 이원석 형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전에서는 생각이 많으면 꼬이게 된다. 단순하게 '공보고 공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첫 안타를 일찍 때려냈고, 첫 타구 역시 잘 처리해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허경민의 목표는 팀의 우승 뿐이다. 그는 "개인 상을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팀 우승은 우리 모두 활약하면 결정할 수 있다. 1차전을 어렵게 풀어갔지만,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분위기를 이어가서 빨리 시리즈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