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이다. 전신 뉴욕 자이언츠 시절인 1954년 우승 후 월드시리즈를 품에 안지 못했던 샌프란시스코는 무려 56년 만인 2010년 가을야구의 승자가 됐다. 원동력은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버스터 포지였다. 2008년 입단한 포지는 2009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0년 베테랑 벤지 몰리나를 밀어내고 주전 마스크를 썼다. 안정적인 투수 리딩과 프레이밍은 물론이고 3할대 타율까지 기록한 그는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1958년 연고지 이전 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는 공교롭게도 포지가 주전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2010년과 2012년, 2014년에 연이어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가져갔다.
2015년 캔자스시티도 마찬가지다.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 '전력의 핵'은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였다. 페레즈는 월드시리즈 5경기에 모두 선발 포수로 출전해 타율 0.364(22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투수들의 짠물 피칭을 이끌어내며 1992년 토론토의 팻 보더 이후 23년 만에 '월드시리즈 포수 MVP'로 선정됐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토론토도 포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포수가 약점이었던 토론토는 2014년 11월 러셀 마틴과 총액 8200만 달러(936억원)의 메가톤급 계약을 진행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춰 클럽하우스 리더로 꼽힌 마틴은 토론토를 단숨에 강팀으로 탈바꿈한 주역 중 한 명이다. 토론토는 올 시즌에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해 클리블랜드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투고 있다. 오승환이 소속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전통의 강호 세인트루이스는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매년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2000년대 전후 메이저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한 뉴욕 양키스는 호르헤 포사다라는 걸출한 안방마님을 보유했다. 1990년대 후반 '화력의 팀'으로 손꼽힌 텍사스는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가 홈플레이트를 지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