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독립 영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거친 배우들이 차례로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다.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생긴 것은 이들의 연기 내공을 단순히 조연이라는 역할만으로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진웅처럼 신스틸러로 시작해 연기대상까지 받은 성공 사례도 이젠 여럿.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연예 관계자의 눈에 띄어 대중의 시선을 받기까지, 최근 각광받는 신스틸러들의 탄생기를 살펴봤다.
tvN 월화극 '혼술남녀'를 통해 성대모사의 달인 '민도리코'로 주목받고 있는 민진웅(30)은 27세에 데뷔한 늦깍이 배우다.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해본 적도 있다는 스무살 민진웅은 모 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연기자의 꿈을 안고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그가 데뷔할 수 있었던 계기는 연극 무대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의 힘. 민진웅을 발탁한 화이브라더스 관계자는 "신인 발굴을 위해 한예종 졸업 연극을 보러 갔다 민진웅을 발견했다. 그의 연기력에 반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민진웅은 SBS '용팔이(15)'·영화 '동주(15)' 등 단기간에 다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그우먼 이세영(27)의 전직은 리포터다. 이세영은 19세에 SBS '진실게임'을 통해 류승범 닮은꼴로 출연한 후 2011년 코미디언 시험에 합격하고도 여전히 무명이었다. 리포터로 일하며 꾸준히 방송가를 맴돌았더니 기회가 왔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코미디 빅리그' 연출진 덕분에 이세영은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지난 9일 tVN 10주년 시상식에서 '노력하는 예능인상'을 수상한 이세영은 "리포터로 데뷔, 여기 있는 스타들에게 '손키스 날려달라'는 말을 외치곤 했다. 이제는 이 스타들과 마주보며 연기한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시원하게 따귀를 맞았던 배우 허성태(40)는 대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35세의 나이에 KBS 2TV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 최종 5인에 들며 인생이 바뀌었다. 연봉 7000만원의 직장인이었던 허성태는 이후 소속사도 없이 200여번의 오디션에 홀로 도전했다. 허성태의 소속사 한아름컴퍼니 관계자는 "장편과 단편 가리지 않고 60여 편의 영화를 찍었고, 60여 편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밀정'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후 '꾼' 등 차기작 제의가 연이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환(37)도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오대환의 소속사 제이아이스토리엔터테인먼트 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이름 없는 연극 배우였다. 연극과 드라마·영화 조단역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대환은 지금 OCN '38사기동대(16)'·MBC '쇼핑왕 루이(16)'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 중. 천만 관객 영화 '베테랑(15)'에서도 중고차 사기꾼 양실장으로 초반 웃음을 이끌었다.
지금도 많은 신스틸러 후보들이 이들처럼 기회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중.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주연만큼 신스틸러가 주목받고 있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원석들이 많아서,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주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며 될 성 부른 연기자들을 찾아 나선다"면서 "예비 신스틸러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성공할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