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강우석 감독의 스무번째 작품이다. 강우석 감독은 박범신 작가의 원작 '고산자'를 접한 뒤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지만, 처음엔 책을 덮고 수 개월 간 그 끌림을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스무번째 영화이자 자신의 첫 사극으로 고산자 김정호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외면하고도 싶었고, 작업하는 내내 사랑니를 뽑은 것처럼 고통스럽기까지 했다는 강우석. 영화가 완성되기 전까지 마음 고생은 많았지만, 그 어떤 작품 보다 만족도가 크다.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촬영하고 제작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할 순간이 많았는데, 지나고보니 그 결정을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지금껏 만든 영화 중 제일 만족스럽습니다." 7일 같은날 동시 개봉한 '밀정'에 비해 오프닝 스코어도 많이 뒤처지고 예매율도 저조한 상황. 박스오피스 1위인 '밀정'에 비해 스타트는 부진하지만 흥행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추석용, 가족용으로 만든 영화예요. 스타트는 부족해보이지만, 일반 시사회에서 체감한 관객 반응을 살펴보면 흥행이 아주 안 될 것 같진 않아요. 또 단순히 '밀정'을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고, 공감해주길 바랄 뿐이죠."
-스무번째 작품이다. 개봉한 소감은. "이번이 제일 긴장되고 떨린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투캅스' 등 30대 초반에 영화를 할 때는 관객을 의식하지 않았다. 무조건 재밌게 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교만할 때 심지어 관객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실미도' 때부터인가 관객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재미없게 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되더라. 그러면서 몰래 주변 사람한테 개봉 전 영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관객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더라. 관객을 의식하면서 흥행이 안되는 영화도 나오고, 상 받는 영화도 나오더라. 이번엔 개봉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걸 한다고 했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줄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밀정' 보다 예매율이 낮고 스타트에선 부족해보이지만 사전에 일반 시사를 해보니 체감되는 관객 반응은 괜찮은 것 같다. 추석용, 가족용으로 만들었으니 흥행이 아주 안 될 것 같진 않다."
-스무번째 영화로 왜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택했나. "난 한 번도 좌우 어느 쪽에도 선 적이 없는데 영화만 만들면, 좌우로 나눠서 평가하더라. 그런 반응을 듣는 것 자체가 두렵고 힘들었다. 칭찬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그냥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게 힘들었다. 올림픽 영웅이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조금만 더 뛰려고 해도 '왜 또 출전해서 망신당하려고 하냐. 이제 그만하지'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지않나. 나 역시 그래서 더 망신당하기 전에 영화를 덜 찍거나 천천히 텀을 두고 찍어야하나, 혹은 그만둬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반복되고, 내 영화 인생이 이렇게 종료되나 라고 생각할 시기에 '고산자' 원작을 접했다. 사실 그동안 영화판에 와서 하고싶은데 안 한 건 별로 없다. 거의 안 해본 게 없다. 투자, 배급, 연출, 제작 등 다 해봤다. 배우 빼곤 다 해본 것 같다. 근데 이 작품을 보고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영화화하지라는 고민은 계속 했다. 두려웠고, 새로운 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몰라 걱정도 많이 했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첫 사극이다. "내가 사극을 한 번도 안 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왕의 남자'나 '신기전' 등을 제작하면서 편집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사극도 많이 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깐 아니더라. 사극을 직접 연출해보니 생각 보다 이게 힘든 장르더라. 이렇게 시간과 장소 제약이 큰 장르인 줄 몰랐다. 아무데서나 찍을 수도 없고, 의상부터 세트까지 모든 걸 다 새롭게 만들어야했다. 영화에 나오는 김정호 집과 저잣거리도 다 지었다. 돈이 엄청 들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감독으로서 욕심이 컸고 허접하게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밀고 나갔다."
-촬영지 선정은 어떤 식으로 했나. "일단 팀을 나눠서 장소 헌팅을 했다. 일출, 일몰이 아름다운 곳은 그게 섬이든 바다이든 다 답사를 다녔다. 또 달력에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그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다녔다. 후보지가 선정되면 언제 촬영하면 좋을지 시간대를 알아봤다. 모든 장소들이 다 힘들게 발품팔아서 선정된 곳이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