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민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경영권 지분 매각 방식을 포기하고 투자자의 부담이 덜한 과점주주 방식으로 지분을 쪼개서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2010년부터 추진해 이번이 5번째인 민영화 시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지난 22일 과점주주 방식으로 우리은행 지분 30%를 4~8%씩 쪼개 팔기로 결정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우선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정부는 지분 30%를 먼저 팔아 지분 가치가 올라갔을 때 나머지 21.1%를 팔아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낙찰 받은 투자자에는 차기 행장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리미엄을 제공받게 된다.
24일 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9월 23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받아 11월 중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게 된다.
일단 시장 반응은 좋다. 이날 우리은행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4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전일보다 150원(1.46%) 올랐다. 증권가에서도 정부의 민영화 방안 결정이 향후 우리은행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절반 이상의 지분을 정부가 보유하면서 생긴 '관치금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이번 매각으로 경영진의 독립성 확보로 관치금융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주가에는 분명 긍정적"이라며 "지분을 4~8% 쪼개 매각하면서 이사회 진출을 보장하는 방안은 이전보다 시장 입장에 몇 발자국 더 다가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공자위의 발표가 나자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방송에서 "이번 과점주주 매각 방안은 시장 친화적인 최선의 방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행장도·행원도 민영화 올인…관건은 입찰가
과거 네 차례의 민영화 실패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절박하다. 민영화의 기회가 박근혜 정부에 있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전직원이 민영화 성공에 매달리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기업설명회(IR)를 열며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이 행장은 지난 2월 싱가포르와 유럽의 투자자 31곳을 시작으로 5월에는 미주 지역의 10여곳 투자자들을 만났다. 지난 6월에는 일본쪽 투자자들이 먼저 요청을 해와 6곳의 투자자들과 IR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 직접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면서 자사 주식을 사달라고, 현재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설득하고 다니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우리은행 민영화는 절박한 이슈"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직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신청 받아 총 364만주를 평균 1만155원에 매입했다. 총 369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을 사들인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덕분에 우리은행 주가는 올 초 최저 8140원에서 현재 1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물론 공적자금을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만2800원은 돼야 한다. 아직은 1만원대 턱걸이 상태지만 정부 지분 중 30%를 우선 매각하게 되면 저평가된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관건은 입찰가격이다. 입찰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선보다 낮으면 매각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예상가격 이상인 입찰 물량이 30% 미만인 경우 매각 여부를 공자위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이 중 현재 남은 자금은 4조4794억원이다.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주당 가격이 1만2800원 이상이어야 한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우리은행 민영화 일지> ----------------------------------------------------------- 날짜 내용 ----------------------------------------------------------- 1999년 1월 한일·상업은행 합병으로 한빛은행 출범
2002년 5월 한빛은행, 우리은행으로 사명 변경
2010년 10월 이명박 정부서 첫 우리금융 매각 공고(1차 민영화 시도) 12월 우리금융 컨소시엄 입찰 참여포기 선언
2011년 5월 우리금융 일괄매각 공고(2차) 8월 유효경쟁 미달로 매각 무산
2012년 4월 우리금융 민영화 재추진 방안 확정(3차) 7월 유효경쟁 미달로 매각 무산
2014년 6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 분리 매각 방안 발표(4차) 11월 예비입찰 유찰로 경영권 매각 무산
2016년 8월 공적자금관리위, 과점주주 매각 방안 확정(5차) -----------------------------------------------------------